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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국 신좌파의 거대한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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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국 신좌파의 거대한 실험

입력
2006.10.29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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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끝난 중국 공산당 16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가 분배와 정의를 강조하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조화사회(和階社會) 건설 정책을 당 지도노선으로 정하자 뉴욕타임스는 기민하게 중국의 신좌파를 조명했다. 성장 일변도였던 경제 운영 방침을 분배와 정의로 방향을 틀게 만든 신좌파의 공을 인정해서이다.

●성장 일변도에서 분배·정의로

신좌파는 현 지도부가 국가적 과제로 거론하는 도농간ㆍ지역간 빈부격차, 부패 등을 이미 10년 전 논쟁의 도마에 올리면서 정의로운 사회를 주창했다. 후안강(胡鞍鋼) 칭화대 교수 등은 현 지도부에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중국이 신자유주의에 함몰되지 않도록 진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어용학자로 매도해서는 곤란하다. 이들의 지적 계보와 문제의식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신좌파는 중국의 다른 계파 지식인들처럼 1980년대를 자양분으로 자라났다. 문화대혁명에 종지부를 찍은 덩샤오핑(鄧小平)의 집권으로 개막된 80년대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신념이 가득했던 열정의 시대였다. 지식인들은 전통적 계획경제를 비합리적인 것으로, 서구의 시장경제를 합리적인 것으로 여기는 개혁파였다.

하지만 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는 열정을 싸늘하게 식혔고 지식인들을 동면에 빠지게 했다. 긴 잠은 철학자 리쩌허우(李澤厚)의 논문 ‘혁명이여 안녕(告別革命)’으로 끝이 났다. 리쩌허우는 “지식인들이 지지했던 혁명과 운동은 반 이성적이었고 재난만 안겼다”고 결론지었다. 혁명의 시대가 가고 개량의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이후 중국 지식인 사회는 비판적 자유주의자와 신좌파로 양분됐다.

주쉐친(朱學勤) 상하이대 교수 등 비판적 자유주의자들은 89년 실패의 원인을 시민사회의 부재로 돌리면서 불건전하고 불완전한 중국 시장경제를 서구식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들은 부패가 시장에서 불가피하다면 부패마저 용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좌파는 리쩌허우의 말처럼 혁명이 아닌 개혁을 꿈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장을 믿지 않았고, 시장이라는 괴물이 만든 빈부격차 등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정부)를 주목했다. 이래서 신좌파는 공산당의 이념적 청부업자가 될 운명을 지닌다.

●후진타오의 이념적 배경

양측의 논쟁은 21세기 들어 농촌의 가난이 깊어지고 빈자들이 병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하는 현실로 인해 신좌파의 승리로 돌아갔고, 2002년 등장한 후진타오는 신좌파의 이념을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지방정부 권한 축소, 복지체계 정비 등 현 중국 정부의 정책도 신좌파의 머리에서 나왔다. 공산당 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분배 정의를 이루겠다는 후진타오의 시대는 신좌파의 무대가 될 것이다.

20여년간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중국을 거대한 실험장으로 여겼던 세계는 이제 막 시작된 신좌파의 개혁 실험에도 눈길을 줘야 할 것 같다.

이영섭ㆍ베이징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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