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각을 다투는 화재 현장을 뛰어다니는 소방관들이 그룹사운드를 결성, 짬짬이 공연활동까지 펼쳐 시민들의 눈이 휘둥그레지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울산중부소방서 김태용(43) 소방장 등 5명의 소방관으로 구성된 그룹사운드 ‘피닉스’.
베이스기타를 맡은 김 소방장(팀장)이 소방서 통기타 동호회를 근간으로 퍼스트 기타 이은일(39) 소방교, 전자오르간 최병훈(36) 소방교, 드럼 유재학(32) 소방사, 보컬 조미제(29ㆍ여) 소방사 등 4명의 숨은 재주꾼을 멤버로 끌어들여 지난해 5월 그룹사운드 ‘피닉스’를 결성했다.
대부분 학창시절부터 그룹사운드 등에서 연주활동을 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화재 현장에서 근무해야 하는 긴장된 생활에 몸과 마음이 피곤하지만 매주 주말 짬을 내 연습에 푹 빠진다. 바쁜 일상의 낙이기도 하다.
김 팀장은 “사비를 들여 구입한 악기는 다소 수준이 떨어지고 연습공간은 3평 남짓한 소방서 창고가 고작이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대단하다”면서 “멤버들이 바빠도 연습만큼은 꼭 참석한다”고 말했다.
그간 피닉스의 별도 공연무대는 없었지만 119동요대회나 거리축제 등 각종 지역축제 축하공연에 나서 시민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불 끄기에 바쁜 소방관들이 언제 저런 연주 실력을 익혔을까?”하며 깜짝 놀라는 반응이다.
이들은 최근 직접 곡을 붙여 만든 ‘소방관의 기도’라는 제목의 영상곡을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려 네티즌들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우리 모두를 위해 순직하신 소방관들과 그 유가족들에게 이 노래를 바칩니다”로 시작하는 이 영상곡은 며칠 사이 3만여건의 조회기록을 나타내며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김 팀장은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소방관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싶은 생각에 영시 ‘소방관의 기도(Firemen’s Prayer)’에 곡을 만들어 붙였는데 이렇게 폭발적인 관심을 얻을 줄은 몰랐다”며 “앞으로 이 영상곡을 CD로 제작, 화재예방교육 등의 홍보자료로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인 취미활동 수준을 넘어 시민들에게 다가가 소방과 화재예방 홍보에 일조하자는 생각으로 그룹사운드를 만든 만큼 관악대로까지 발전시키고 싶은 게 멤버 모두의 꿈”이라고 덧붙였다.
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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