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돼지고기(재화)는 상품이다. 물론 이발(용역)같은 서비스도 상품이다.
쓸모 있고(사용가치) 시장에서 사고팔 수 있으면(교환가치) 모두 상품이 된다. 얼핏 보면, 모든 것이 상품으로 될 수 있다. 마당의 감나무에 열린 감도 따서 시장에 내다 팔면 상품이 된다. 그러나 상품화(商品化)될 수 없는 것도 있다. 예컨대 사람이나 대한민국 국적은 사고팔 수 없다.
매매춘처럼 논란이 되는 경우도 있다. 돈을 받고 성관계를 가지면 많은 나라들은 이를 처벌한다. 그러나 유럽에서 일부 나라는 합법적으로 허용한다. 그러면 의문이 생긴다. 상품이 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무엇이며, 이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연필 같은 2차 산업품에는 매매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자연스럽다. 그러나 1차 산품은 다르다. 쌀수입 반대운동에서 보이듯이 국경을 넘어선 거래에는 저항감이 있다. 지적재산권 같은 3차 산품에서는 반발이 더 강하다. 자유롭게 들었던 MP3 음악을 유료화하자, 많은 사람들이 반발하였다.
물론 저작권 옹호자들은 대가 지불은 당연하고, 음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금전적인 유인(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길을 이용하고 공기를 마시는 것처럼 대가 없이 이용하는 것들도 적지 않다.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 돈 때문에 작곡되지는 않았다.
물(水)은 인상적인 상품이다. 70년대만 하더라도 사서 먹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자연스런 상품이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전통적으로 가정의 몫이었다. 지금은 탁아소에 맡긴다. 육아가 특화되어 서비스 상품으로 된 것이다. 자본주의가 발전함에 따라 상품화의 범위는 계속 확대된다.
지금 어떤 도로는 이용료를 준다. 이것은 민간자본으로 시설이 건설되어 이들 기능이 상품화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길, 터널 같은 공공재도 상품으로 바뀐다. “강원도의 깨끗한 공기를 마시세요” 공기까지 상품으로 바뀐다. (공기를 돈으로 사 마시는 것이 옳은 일일까? 그리고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까?)
자본주의는, 이윤을 위하여, 가능하기만 하다면 거의 모든 것을 상품으로 만들려 한다. 그래서 부작용때문에 국가가 법으로 금지하여도 사고판다.
“신장·간 파실 분 연락 바람” 공공 화장실에 붙어있는 광고이다. 이는 장기(臟器)를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돈을 주고 결혼하는 것, 뇌물을 받고서 공무원이 허가하는 것, 돈을 받고서 학생을 남몰래 입학시키는 것도 상품화이다. 결혼, 허가권, 입학할 권리를 상품(유사 상품: 기여입학제)으로 만들어 매매하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는 흑인노예처럼 사람도 사고팔았다.
최근 신자유주의와 관련하여 경제 문제가 늘고 있다. 시장과 국가, 자유 와 경쟁의 범위 등은 출제되었거나 통합논술에서도 출제 가능성이 높은 주제이다. 그런데 이는 ‘상품화의 범주’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에 관해 토론하면 날카로운 통찰력을 얻을 것이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를 지지하는 자들은 시장(상품화)의 범위를 최대한으로 넓히고 규제를 없애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상품화의 ‘기준들’을 개성 있게 추론할 수 있다. 예컨대 인간의 존엄성(인신·장기매매 금지), 공동체의 주요 기능과 관련된 항목(관직·국적·인허가 매매 불허, 부정입학 처벌)은 상품화의 범위 설정에서 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종자(種子)와 문화도 입장에 따라서는 기준이 된다. 예컨대 아도르노는 문화를 상품으로 취급하는 것에 반대하였다. (찬성한 학자도 있음) 상품화의 범위에 관한 기준은 학자에 따라 몇 견해가 있으나 아직 충분하지는 못한 상태이다.
김영규ㆍ서울 노량진 비타에듀강사 kim9351@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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