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MVP는 기자단 투표 53표 가운데 36표를 얻은 박진만!”
사회자의 호명에도 불구하고 박진만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MVP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 권오준 등이 샴페인을 머리에 퍼붓자 그때서야 환하게 웃었다.
지난해 현대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우승청부사’ 박진만이 소속팀에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겼다. 6번째 우승반지를 낀 박진만은 동료 박종호(7회 우승)에 이어 현역 선수 가운데 두 번째로 우승을 많이 경험한 선수가 됐다. 역대 최다 기록은 KIA 김정수 투수코치의 8번이다.
선동열 감독은 “처음엔 박진만을 수비가 뛰어난 선수로만 생각했는데 중심타자의 몫까지 톡톡히 해냈다”면서 “박진만은 야구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선수다. 공수에서 맹활약해준 덕분에 우리가 우승했다”고 칭찬했다. 3차전 결승타의 주인공 박진만은 이번 시리즈 6경기에서 단 한 개의 실책을 범하지 않는 완벽한 수비로 팀 2연패의 일등공신이 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소감은.
“이번이 6번째 우승인데 MVP가 된 건 처음이다. 동료 선수들이 모두 잘했는데 내가 대표로 받았다고 생각하겠다. 내가 MVP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전기에 감전된 듯 온 몸이 짜릿했다.”
-한국시리즈에서 6번이나 우승했는데 가장 기뻤을 때는.
“현대에서 뛰던 2004년에 삼성을 이기고 우승했을 때가 기뻤다. 당시 결정적인 수비 실책을 해서 ‘나 때문에 지면 어떡하나’ 싶어서 무척 걱정했다. 당시 우승으로 면죄부를 받은 것 같아서 기쁨이 두 배였다.”
-현대에서 우승할 때와 삼성에서 우승할 때를 비교해 달라.
“현대는 투수진도 좋았지만 타선도 빼어났다. 야구를 아는 타자가 많아 점수가 필요할 때는 꼭 뽑아냈고, 위기에서는 실점을 막았다. 삼성도 지난해보다 기동력이 좋아진 데다 투수진이 빼어나 ‘지키는 야구’를 펼친다. 만약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현대와 만났다면 우리가 이겼을 것이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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