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팝아트의 톱스타 앤디 워홀(1928~1987). 스무 살에 혜성처럼 등장해 스물 여덟에 요절한 천재 낙서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1960~1988).
두 사람은 특별한 사이였다. 바스키아에게 워홀은 우상이었다. 워홀처럼 유명해지고 싶었던 바스키아는 워홀 덕분에 화단의 총아가 됐다. 1982년 당대 팝미술의 가장 중요한 딜러인 브루노 비숍버거의 소개로 만난 두 사람은 이후 공동작업을 하기도 하면서 죽을 때까지 서로의 예술활동에 많은 영향을 주고 받았다.
워홀과 바스키아, 두 사람의 작품전이 서울에서 나란히 열리고 있다. 인사동의 쌈지길에서는 ‘깨어나라 워홀-쌈지, 앤디 워홀을 만나다’라는 이름으로 워홀의 작품과, 워홀을 주제로 국내 젊은 작가들이 작업한 신작을 전시 중이다. 국제갤러리는 바스키아의 초기작부터 생을 마감하기 1년 전 작품까지 망라한 회화와 드로잉 27점을 소개하고 있다.
쌈지길은 공간 전체가 워홀 랜드로 탈바꿈했다. 도로변 건물 외벽은 워홀의 작품 이미지로 통째로 포장했다. 안으로 들어가면, 전시실뿐만 아니라 마당과 벽, 계단, 상점까지 보이는 곳 어디에나 워홀이 있다.
전시실에는 워홀의 그 유명한 마릴린 먼로, 캠벨 수프 깡통, 바나나, 꽃 등의 실크스크린 작품이 걸려 있다. 똑 같은 이미지를 복제하고 변형해서 반복 나열한 작품들이다. 그는 이런 작업을 통해 예술의 권위에 반기를 들고 대중적인 예술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전시에 참여한 60여 명의 젊은 작가들은 회화ㆍ조각ㆍ영상ㆍ사진ㆍ설치 등 다양한 매체의 재기 넘치는 작품들을 내놨다. 워홀의 작품 이미지로 그림판을 채운 슬롯머신이 있는가 하면, 돈을 좋아했던 워홀을 기억해 워홀의 사인이 든 신용카드를 나열한 작가도 있다. 전시는 내년 1월25일까지 한다. 주말마다 파티, 워홀 패션쇼, 작품 제작 워크숍 등 다양한 관객 참여 행사를 연다. (02)736-0088
국제갤러리의 바스키아전은 ‘검은 피카소’로 불렸던 이 작가의 자유분방한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중남미계 흑인으로서 뉴욕 뒷골목의 낙서 그림으로 출발한 그는 주로 길거리 문화, 카툰 캐릭터, 만화책 주인공들, 그리고 백인 중심 사회에서 흑인의 지위에 관한 주제를 다뤘다. 재즈뮤지션 찰리 파커, 야구선수 행크 아론 등 미국 사회의 흑인 영웅들을 왕관을 씌운 모습으로 등장시키곤 했다. 거칠고 강렬하면서, 때론 천진하고 때론 심각하게 정치적인 그의 그림들은 찢어진 종이를 겹쳐 구김이 가게 붙인 콜라주 기법, 각목으로 대충 틀을 짠 캔버스 등 정통에서 벗어난 재료와 테크닉을 애용하고 있다. 전시는 11월12일까지. (02)735-8449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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