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 밖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11ㆍ7 중간선거에서 열세인 공화당의 발목을 잡았다. 최근 유가 하락과 주가 급등으로 낙관이 확산되면서 ‘경제 연착륙론’을 뒷받침해 줄 지표가 나오기를 기대했던 공화당에선 한숨이 나오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3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당초 예상했던 2.1% 보다 크게 떨어진 1.6% 증가에 그쳤다고 27일 밝혔다. 이는 1.2% 증가에 머물렀던 지난 2003년 1분기 이후 가장 저조한 것으로, 주된 원인은 주택시장의 급랭 때문이다.
3분기 미국의 주택신축 투자는 17.4%나 감소, 1991년 이후 최저치다. 전날 발표한 미국 9월 신축 주택 가격 평균값도 전년 동기대비 9.7% 급락한 21만7,100달러로 1970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25일 발표된 기존 주택 판매가격도 1년 전에 비해 2.5% 떨어져 40년래 최대 하락률이었다. 주택시장 관계자들은 “건설업체들이 제공하는 각종 인센티브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실제 낙폭은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2분기 6,242억달러에서 3분기 6,399억달러로 늘어난 무역수지 적자 규모도 성장률 급락에 한몫을 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8일 “이라크전 때문에 떨어진 지지도를 만회하기 위해 경제지표에 의지해 왔던 공화당에게 예상보다 크게 떨어진 경제성장률은 안 좋은 소식”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이를 “미국이 ‘잘못된 노선’을 걷고 있는 증거”라고 공격했지만,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3분기 성장률을 ‘일시적 하락’에 불과하다고 평가 절하했다.
3분기 GDP 발표에는 부정적 지표뿐 아니라 긍정적 지표도 섞여 있어, 미국 경제의 ‘연착륙’ 여부에 대한 전망은 전문가 사이에서도 엇갈리고 있다. 핵심 물가지수는 지난 2분기의 2.7%에서 3분기에 2.4%로 떨어졌으며,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은 오히려 견조한 상승세를 보였다. 메릴랜드 대학의 피터 모리치 교수는 “이 두 지표(소비와 설비투자)가 주택경기의 위축 및 경상수지 적자로 발생할 수 있는 경기침체를 막고 있다”고 말했다. 낙관론자들은 주택부문 침체 속도가 바닥을 치고 앞으로 크게 둔화될 것이며, 이에 따라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4분기 성장률이 더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금까지 비교적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던 업무용 부동산 투자도 급격히 위축될 것이며, 건설경기 하강이 소비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내다본다. 로우비니 글로벌 이코노믹스의 누리엘 로우비니는 “4분기 성장률은 0~1%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렇게 되면 경제는 2007년 1분기까지 완전히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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