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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살 비극부른 인터넷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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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살 비극부른 인터넷 댓글

입력
2006.10.29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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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댓글을 통해 만난 20, 30대 남녀 3명이 28일 오전 서울 남산공원에서 동반자살했다. 남자친구의 만류로 중도에 포기한 문모(19ㆍ여)씨는 이날 스스로 경찰서를 찾아가 이런 사실을 털어놓았다. 문씨는 경찰에서 “‘청산가리를 마시면 죽을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을 풀려고 댓글을 올렸다가 이런 일에 말려들었다”고 진술했다. 문씨는 자살방조 혐의로 29일 경찰에 입건됐다.

‘인터넷 댓글 동반자살’이 처음 발생했다. 지금까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통한 동반자살보다 훨씬 접근이 쉽고 즉흥적인 댓글을 이용해 자살을 모의하고 감행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무심코 댓글 올렸다가

류모(30)씨 등 4명은 얼마 전 모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지식검색 창을 통해 서로 알게 됐다. 지식검색 창은 네티즌이 궁금한 분야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과 답변을 올리고, 1대 1로 쪽지를 주고 받는 공개 공간이다.

문씨는 23일 ‘청산가리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다’며 댓글로 질문을 올렸다. 얼마 후 김모(27ㆍ여)씨가 쪽지를 보내왔다. 호기심이 동한 문씨는 ‘혹시 동반할 사람이 있냐’고 물었고, 김씨는 ‘댓글을 통해 알게 된 류씨가 청산가리를 갖고 있다’고 친절하게 안내까지 해주며 자살에 가담할 것을 제의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이모(36ㆍ여)씨도 가담했다. 결국 문씨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이 자살을 실행했다.

이들은 순식간에 별 생각 없이 동반자살에 가담했다. 단순한 호기심이 자살이라는 엄청난 결심으로 바뀌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접근성과 공개성

인터넷 자살사이트를 통한 동반자살은 2000년 12월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다. 이후 자살사이트는 동반자살의 통로로 악용됐다.

하지만 불법모임으로 인터넷에서 금지됐기 때문에 가입 절차와 방법이 까다로워 웬만한 공을 들이지 않고는 자살사이트를 찾을 수도 없다. 무엇보다 자살사이트는 운영자에게 자신의 개인정보를 공개한 뒤 회원가입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인터넷 댓글은 이러한 모든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클릭 한번이면 수많은 글이 올라오기 때문에 회원가입에 따른 번거로움이 없다. 또 댓글의 속성상 모든 정보가 공개돼 있어 검색하기가 쉽다. 1대 1 질문을 통해 동반자살에 대한 은밀한 대화도 할 수 있다. 자살사이트보다 댓글을 통한 자살의 위험성이 큰 이유다.

즉흥성

인터넷 댓글이 갖는 즉흥성도 문제다. 문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미 청산가리와 관련된 댓글이 여러 개 달려 있어서 나도 무심코 댓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휴학문제로 고민하던 터라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댓글에 대한 반응이 오자 호기심이 커졌다. 경찰 관계자는 “문씨가 애초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댓글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단순한 호기심이 여러 사람이 얘기하는 과정에서 ‘한 번 해 볼 수 있는 일’로 즉석에서 바뀌는 것이 인터넷의 속성”이라고 설명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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