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 운동권 출신들이 연루된 간첩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사건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현재 국가정보원은 이번 사건을 “고정간첩 장민호(44)씨가 북한의 지령에 따라 386세대 중 운동권 전력자들을 중심으로 ‘일심회’를 조직, 국가기밀을 수집”한 ‘386 간첩단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피의자들은 “사건의 실체가 부풀려졌다”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현재 이들이 구속될 때 적용된 혐의는 ‘간첩(국가보안법 4조 목적수행)’ 이 아닌 잠입ㆍ탈출(6조) 회합ㆍ통신(8조)조항뿐이다. 때문에 과거의 공안사건과는 달리 수사 초반부터 실체 공방이 전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관련 피의자 중 유일하게 혐의를 일부 시인한 사람은 장씨뿐이었다. 그러나 최근 장씨도 노동당 가입 여부를 포함해 체포 초기 인정했던 혐의 중 다수를 부인하고 있다. 장씨 변호인은 “국정원측이 미국 시민권자인 장씨에게 ‘전향을 안 해 미국으로 강제추방될 경우 미국에서 테러용의자로 적용돼 사형까지 될 수 있다’고 협박하는 바람에 사실이 아닌 것을 시인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진보진영에서는 “해외간첩사건의 대다수는 북한대사관이 있는 유럽지역에서 발생했고 감시가 엄격한 미국에서 간첩으로 포섭된 사례는 전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씨를 제외한 이정훈(43) 최기영(41) 손정목(42) 이진강(43)씨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했다는 구속영장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중국에 사업, 여행, 신병치료차 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일심회’ 부분에 이르면 논란은 더 커진다. 관련자들은 현재 “일심회는 들어본 적조차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만일 일심회를 구성했더라도 그것을 바로 ‘간첩단’으로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게 변호인들의 주장이다. 지금까지 검거된 간첩사건의 전례를 보더라도 노출 위험 때문에 대부분 간첩은 단독으로 활동했다.
장씨가 일심회 회원들을 베이징에서 북한공작원과 접촉하게 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간첩단 최상위에 있는 장씨가 자신 조직원들을 북측과 직접 접촉하게 했다는 것은 비밀유지가 최우선인 간첩 생리상 있을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일반적 간첩단의 이름이었던 ‘남민전, OO애국전선, OO지역당’ 등의 명칭 대신 일심회(會)라는 조직명도 이례적이다.
때문에 “고정간첩으로 의심되는 장씨가 주도하기는 했지만 엄격히 말하면 일심회는 급진적 성향을 지닌 단체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간첩단은 아니지 않느냐”는 반론이 나온다.
그러나 국정원은 혐의 입증에 자신만만하다. “일심회 관계자를 1년 넘게 감청, 미행해 왔고 북한에 보낸 어마어마한 양의 보고서를 장씨로부터 압수했다”는 것이다. “간첩 혐의자들은 처음에는 관련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것이 보통”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최영윤기자 daln6p@hk.c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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