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왜 집단자살을 부르는 것일까.
나사렛대 사회복지학과 김정진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동반자살의 현황 및 정책개발> 이라는 논문에서 이 메커니즘을 분석했다. 그는 “익명의 공간인 인터넷을 통해 대화하다 보면 마음 속으로만 생각하던 말들이 쉽게 표출되고 실행된다”고 지적했다. 혼자서는 두려워서 망설였던 극단적이고 위험한 결정도 쉽게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자살은 조금만 시간을 끌어도 방지할 수 있는데 인터넷은 자살 충동을 즉각 실현케 도와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반자살의>
사회양극화 등 구조적인 문제도 집단자살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일류만이 대접받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원인은 다르더라도 쉽게 자기상실감에 빠질 수 있다. 이들이 한 곳에 모여 비관적인 감정을 서로 교환하다 보면 ‘죽고 싶다’고까지 생각하지는 않더라도 ‘살고 싶지 않다’거나 ‘왜 살아야 하냐’는 생각을 공유하게 된다. 이번 집단자살 사건도 마찬가지로 분석된다. 이혼과 사업실패, 진학실패로 인한 절망감은 충분히 극복 가능하지만 이들은 순간적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자살사이트만 폐쇄한다고 해서 집단자살을 예방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자살사이트는 수사당국의 지속적인 단속으로 대부분 폐쇄됐지만 인터넷을 통한 자살 논의는 끊이지 않고 있다. 죽음을 결심한 이들이 자살사이트를 이용하기보다는 온라인 게임이나 인터넷 채팅 등 개별적인 방법을 통해 만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면 삶의 의지가 약해질 수 있다”며 “예방기관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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