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직후 북한 핵의 이전 방지를 위해 부산항에 방사능 탐지시스템 설치를 공식 요청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이는 미국이 우리측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가와 함께 북한 핵 무기 및 핵 물질 이전 감시 및 차단을 위한 ‘국제 컨테이너 검색 네트워크’(ICSN)에 대한 참여를 요구하는 것이어서 정부 대응이 주목된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9일 북한의 핵실험 후 미 국토안보부와 에너지부 관계자들이 한국을 방문, 부산항 컨테이너 화물에 방사능 물질이 들어있는 지 여부를 검색할 수 있는 탐지 시스템 구축을 요청해 왔다”며 “외교부와 관세청 등 관련 부처가 수용여부를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측의 PSI 참가 요구에 대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사실상 불가 방침을 정한 터여서 북한 핵 이전 차단을 위한 방사능 탐지시스템 구축 요구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방사능 탐지 설치의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한 뒤 결정할 것”이라며 “미측은 부산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많아 탐지장비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미국은 ICSN 구축을 위한 최첨단 장비를 우리측에 무상 제공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과 로버트 조지프 국제안보 및 비확산 담당 차관은 19일 한미외교장관 회담에서 “북핵이 테러집단인 알 카에다 손에 넘어갈 경우 컨테이너에 담아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며 북한 핵의 이전 방지를 위한 방사능 탐지시스템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발언에는 우리 정부에 대한 공식 시스템 설치를 재차 요구하는 미측의 강한 의지가 실려 있었다는 분석이다.
앞서 미의회는 이달 초 핵 이전 방지를 위해 주요 항구에 방사능 탐지장비 를 설치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항구안전법을 통과시켰고, 향후 5년간 34억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
●ICSN
국제 컨테이너 검색 네트워크(ICSNㆍInternational Container Scanning Network)는 미국이 세계 주요 물류 항을 중심으로 방사능 물질이 담긴 것으로 의심되는 컨테이너를 탐지하고 항구를 통한 이동을 감시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검색 장비는 미세한 방사능 탐지능력은 물론 X-레이 투시기능까지 갖추고 있으며, 대당 250만 달러에 달하는 최첨단 고가로 알려졌다. 앞서 미 의회는 이 달 초 핵 이전 방지를 위해 주요 항구에 방사능 탐지장비를 설치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항구안전법을 통과시켰고, 향후 5년간 34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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