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비드스타인버그 美 조지타운大 아시아연구 소장
미국 학자로서 오랜 기간 한반도 문제를 천착해온 조지타운대 아시아연구프로그램 소장 데이비드 스타인버그(사진) 교수는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사업을 잠정 중단하라고 충고했다. 북한의 핵무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하기위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그는 27일(현지시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북미 양자협상 거부를 ‘어리석은 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 미국은 당장 북한과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인버그 교수는 북한 핵실험이후 중국의 대북 정책이 실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보고 북한 체제의 존속을 바라는 중국도 김정일 정권에는 불만이 쌓여가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남북한 문제 뿐만 아니라 버마 등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 전문가로 한때 한국에서 아시아재단 대표로 일했다. 미 국무부에서 국제지원 및 특정국가 담당자로 경력을 쌓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최근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를 다녀 왔다. 미국이 취해야 할 다음 단계 조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미국은 북한과 처음부터 양자 대화를 했어야 했다. 이제는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화당 고위층 인사들 까지도 그것을 깨닫기 시작하고 있다. 공화당내 온건파로서 중요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리처드 루거 상원 외교위원장도 최근 그 같은 문제제기를 했다. 북핵 6자회담은 중요한 틀이기는 하지만 유일하지도 충분하지도 않다.
현재 미국에 필요한 것은 유연성이다. 미국은 북한이 완전히 항복하기를 요구하고 있으나 그것은 협상이 아니다. 북한과 마주앉아 미국의 레드라인(금지선)이 어디까지인지를 분명히 말해줘야 한다. 이것이 핵실험을 한 북한을 용서하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 한국은 미국의 요청에도 불구,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이 실수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그 사업들을 동결하기를 권한다. 완전히 후퇴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잠정적으로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핵실험에 분노하고 반대한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두 사업 유지는 한미 관계에 해를 끼칠 수 있다.”
- 한국은 또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의 적극 참여도 주저하고 있는데.
“한국이 처해 있는 어려운 입장을 이해한다. 한국이 PSI보다는 쉽게 수용할 수 있는 다른 어떤 조치, 예를 들어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사업 등에서 조치를 취하면 미국을 만족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은 필요한 경우, (어디서든) 북한 선박을 정선ㆍ검색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 한국에서는 지금 포용정책, 또는 햇볕정책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의견을 말해달라.
“나는 햇볕정책을 인정하지만 햇볕정책의 문제점은 김대중 전 정부에서는 유일한 정책, 노무현 정부에서도 그에 버금가는 정책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유일한 정책이었기 때문에 모든 다른 정책들이 부수적인 것이 됐다. 잘못된 것이다. 지금은 한국이 여기에서 물러나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 미국 정부는 중국의 변화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이 실질적으로 변했다고 보는가.
“중국 공산당 기관지는 북한의 핵실험이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래 중국의 대외 정책에서 가장 큰 실패라고 말하고 있다. 중국이 정책을 바꾸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중국은 북한의 붕괴를 불러올 정책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북한 체제의 존속을 원하고 있지만 북한 체제의 존속과 김정일 정권의 존속은 구별해서 봐야 한다. 그 둘은 너무 다른 사안이다.”
- 북한 핵실험 이후 미국의 정책이 북한 핵 불용에서 핵 이전 저지로 바뀌었다고 보는가.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부시 행정부의 입장은 아직 불분명하다. 레드라인이 다시 그려졌다고 볼 수도 있다. 때문에 부시 행정부가 결국 핵 무장한 북한을 용납하는 상황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일본과 한국이 핵무장에 나설 가능성이 있고 더 큰 다른 위험은 대만이다. 대만이 핵무장에 나선다면 중국의 행동은 정말 예측하기 어렵다.”
- 미 민주당은 북미간 양자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할 경우, 부시 대통령의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가.
“부시 행정부의 행동은 예측할 수 없으나 훨씬 더 많은 압력을 받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부시 행정부는 이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 이후 아주 큰 실책을 저질렀다. 부시 행정부는 김정일을 불필요하게 자극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무력화했다.
돌이켜보면 제네바 합의 1개월 후인 1994년 11월치러졌던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의회 지배권을 장악했고 당시 빌 클린턴 행정부는 의회와 싸울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그래서 북한과의 관계정상화 일정 등에 대한 시간표를 마련하지 못했다.”
-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예상되는 미국의 조치는. 군사적 옵션이 포함된다고 보는가.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갈 것이고 훨씬 강력한 제재에 대해 말할 것이다. 미국이 군사적 행동을 취할 가능성은 없다. 한국 경제가 붕괴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에 군사적 타격을 가하려 할 경우, 서울의 미국 시민권자들에게 미리 경고를 하지 않는다면 미국에서 매우 중대한 정치적 문제가 된다.
반대로 미국이 미리 경고를 한다면 한국은 자본의 광범위한 탈출과 한국 경제의 붕괴를 보게 될 것이다. 북한 보복 없이도 한국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 천용춰 주한 대만대표부 대표
북한의 핵실험 이후 대만의 행보는 국제사회에서 또 하나의 관심거리이다.
당장 북한이 핵을 갖게 되면 일본과 대만, 나아가 남한의 핵무장을 불러온다는 ‘동북아 핵 도미노론’의 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용춰(陳永綽ㆍ61) 주한 대만대표부 대표는 “북한의 핵 보유가 대만의 핵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이번 사태에 대한 대만정부의 입장은.
“대만 역시 1996년 중국에게서 미사일 위협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북한의 핵실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동북아시아의 분쟁 위험지역(hot spot)은 한반도와 대만해협 두 군데이다. 이 지역의 이성을 잃은 무력 행동은 미사일이든 핵이든 절대 반대한다.”
- 북핵 문제가 대만에게 중요한 이유는.
“지역안전 메커니즘 차원에서 그렇다. 그간 6자회담에서 한반도 문제만 논의됐고 대만은 소외돼 왔다. 설령 북핵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이는 문제의 반만 해결되는 것이다.
최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북핵 문제와 연관해 대만문제를 처음 언급했다. 상당히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라이스 장관은 26일 해리티지재단 연설에서 북핵 문제를 ‘동북아지역문제’로 규정하고 동북아 다자간 안보틀을 적극 추진할 방침임을 밝혔다.)
- 대만은 20여년간 핵개발을 추진하다 미국의 반대로 중단했다. 국제사회 일각에선 북한의 핵 보유가 대만의 핵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데.
“대만정부는 2002년 핵에 관한 ‘5불(五不) 정책’을 발표했다. 핵개발을 추진하지도(不發展), 생산하지도(不生産), 저축하지도(不貯蓄), 취득하지도(不取得), 사용하지도(不使用) 않는다는 것이다.
또 대만 내에선 반핵여론이 높다. 몇 년 전 네 번째 핵발전소를 짓다가 여론의 반대로 공사가 중단돼 100억 달러를 손해배상 해 주었을 정도이다. 집권 민진당은 물론, 야당들도 앞으로 핵발전소 건설조차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의 핵무기 개발은 현실성이 없다.”
- 중국의 대북 제재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미국이 대만의 핵개발을 중국 압박용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실성이 없는 시나리오다. 대만이 핵무기 개발에 나설 경우 가장 반발할 것은 중국이다. 만약 그런 가정이 현실화한다면 북핵 문제로 해결될 수 없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더욱이 핵확산 방지는 국제사회의 공인된 룰인데, 이를 주도해온 미국이 대만의 핵개발을 용인한다는 것은 논리적인 모순이다.”
- 한국에선 대북포용정책의 수정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한국 정부의 정책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중국말에 ‘지나간 길은 흔적이 남을 수 밖에 없다’는 말이 있다. 포용정책이 평화공존에 큰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다. 현재 한국 정부가 많은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명철히 해결해 나갈 것으로 본다.”
기획취재팀= 이태희기자 news@hk.co.kr사진=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