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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솔직·당당 카사노바의 고백… 카사노바, 나의 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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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솔직·당당 카사노바의 고백… 카사노바, 나의 편력

입력
2006.10.27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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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코모 카사노바 지음ㆍ김석희 편역 / 한길사 발행, 495~501쪽, 권당 15,000원

뻔뻔한 범죄와 놀라운 탐욕, 거리낌 없는 성 체험담으로 격렬한 로망스조차 객쩍은 잡설이 되게 하는 사람…. 오늘은 추기경들과 환담을 나누고, 내일은 왕들과 정책을 토론하는 사람. 그러나 행복과 불운이 반전을 거듭해 간 사람…. 베르사유 궁전에서 페테르부르크의 겨울궁까지 호사를 탐닉하다가도 생의 밑바닥까지 떨어져 본 사람. 바로 카사노바다.

흔히들 호색한의 대명사 정도로 여겼던 카사노바가 제 모습을 찾는다. 18세기 유럽이 낳은 희대의 한량, 조반니 자코모 지롤라모 카사노바가 제 손으로 남긴 회고록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12권의 방대한 분량이었지만, 오늘날 한국 독자들을 위해 3권으로 축약한 것이다.

책은 개인의 솔직한 기록이면서, 그가 습득한 모든 정보의 총합이다. 오늘날의 눈으로 봐도 솔직하면서 당당한 서술이 인상적이다. 생생한 기록들은 마치 연애담을 재현한 듯, 야릇한 충동마저 일으킨다. 거기에 18세기 유럽 정치와 문화의 세묘화까지 감상하는 즐거움을 준다. 볼테르 같은 당대 사상가, 에카테리나 같은 당대 권력자들의 모습까지 거칠 것 없는 붓끝으로 해부된다.

자기 삶을 되돌아 본 카사노바가 남긴 말들은 이 시대가 귀담아 들을만하다. “내 불행은 대부분 나의 잘못으로 인했다” “행복이란 본분을 다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 등. 그러나 “여자들은 호기심이 많아서 탈”이라는 발언에는 페미니스트들이 발끈하지 않을까.

말년의 카사노바는 보헤미아의 한 성에서 도서관 사서로 일하며 숨을 거둘 때까지, 40여편의 작품을 남겼다. 상상력과 문장력이 행복하게 공존한 작품들을 남긴 그는 단테와 보카치오 이후 이탈리아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로 손꼽히고 있다.

원래 모두 12권이었던 <카사노바 회고록> 중 가장 재미 있는 장면만 골라 편역자가 옮겼다. 책 곳곳에 산재하는 풍염한 여인들, 그들과 사랑을 나누는 남정네들의 도판까지 추가해 책이 동시에 성풍속사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편역자 김석희 씨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를 옮기기도 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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