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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헌법과 反헌법' "反헌법의 시대… 역사는 후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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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헌법과 反헌법' "反헌법의 시대… 역사는 후퇴한다"

입력
2006.10.27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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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과 反헌법 / 이석연 강경근 지음 / 기파랑 발행, 389쪽, 1만5,000원

한때 우리 헌법을 누더기라고 조소하던 때가 있었다. 1948년 제정된 이래 87년까지 9차례나 헌법을 개정했을 때의 일이다. 헌법이 국가체제를 규정하는 법 위의 법임에도 대부분의 개헌은 국민적 총의보다는 최고 권력자의 장기 집권 욕망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헌법의 권위가 추락하고 그 위상을 되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다.

4명의 대통령을 평화적으로 만들어낸 현행 헌법이 마련된지도 19년. 겉으로는 우리 헌법도 든든한 국가의 버팀목으로 자리잡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2004년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결정을 이끌어낸 이석연 변호사와 저명한 헌법학자인 강경근 숭실대 교수는 우리의 헌법이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한다. 나아가 이들은 ‘헌법(정신)과 국가 정체성 바로 세우기’를 주장한다.

강 교수는 “DJ정부와 노무현 정부 기간은 이승만, 박정희 정부에서 쌓아올린 ‘헌법의 시기’에 정반대 되는 ‘반헌법의 시기’”라고 규정한다. 이 변호사도 의견을 같이한다. 두 사람은 역사적 필연에 의해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채택했으며, 이승만과 박정희 정권은 그 토대를 쌓았다는데도 뜻을 같이한다. 이어 “남과 북의 문제를 민족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헌법을 버리고 반헌법적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러다 보면 역사는 후퇴한다”(이석연)고 개탄한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연방제 통일안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이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지적한다. 공산체제인 북한과의 연방제 통일안은 자유민주주체제에 반하며, 전시작전통제권은 국가 안위를 위협하는 중대 문제이기에 대통령 재량만으로 결정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책은 4월17일부터 8월28일까지 10여 차례 이루어진 두 사람의 대담을 옮겼다. 이념적 스펙트럼에서 비슷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두 사람의 논리 전개는 일방적일 수 있다. 그러나 “헌법은 가치 중립적이고 우리 사회를 통합해 가는 나침반”(이석연)이라는 말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뿌리까지 뒤엎는 것은 헌법 자체를 파괴하는 행위”(강경근)라는 현 정권에 대한 통박은 부정하기 쉽지 않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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