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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통일외교안보정책의 블루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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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통일외교안보정책의 블루오션

입력
2006.10.2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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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실험과 관계없이 노무현 정부는 외교안보 분야를 재정비하려고 하였다.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에 내정되었고,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가 끝나면 윤광웅 국방부장관도 교체될 것으로 예견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이 7월5일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이후 10월9일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노무현 정부의 통일외교안보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해졌고 급기야 이종석 통일부장관마저 사의를 표명함으로써 자의반 타의반으로 현 정부의 통일외교안보정책 최고책임자들이 모두 교체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 총제적 실패 책임 못 면해

노무현 정부의 통일외교안보팀은 외적 환경이 매우 유동적이고 불안정한 상황에서 출발하였다. 사실 미국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전쟁과 제2차 북핵위기는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외적 상황인 동시에 이 문제와 관련한 정책 선택의 폭 역시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의 통일외교안보팀은 그 같은 외적 요인 뿐만 아니라 내적 요인으로 해서 주어진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 또한 사실이다.

우선 통일외교안보팀은 국제협력을 중시하는 전문관료의 역할보다 386운동권이나 정치권의 영향을 훨씬 많이 받았다. 이들은 반미 정서나 민족공조 차원에서의 자주적 입장, 친중 협조관계를 중시함으로써 전통적인 미국과의 긴밀한 동맹관계에서 불협화음이 표출되고 국내 보수집단들과 끊임없이 마찰을 빚기도 하였다.

또한 통일, 외교, 안보와 같은 중요하면서도 때론 상충되기도 하는 정책 분야들이 올바로 조율되지 못함으로써 엄청난 혼란과 국익의 손실을 초래하였다. 이는 집권 초기 시스템에 의한 정책 수립과 집행을 공언했음에도 실제 측근과 정치인의 중용을 통해 그같은 시스템을 스스로 붕괴시켰기 때문에 발생한 자업자득의 결과이다.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이완되고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와 관련해서 외무부, 국방부, 또는 청와대, 통일부가 서로 다른 입장과 이해관계를 표출함으로써 안보는 안보대로 취약해지면서 비용은 비용대로 지출해야 하는 황당한 경우가 발생하였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했는데도 대통령은 포용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하다가 다음날 바로 번복하기도 하고, 북한에 대한 제재수위를 놓고 해당 부처들이 다른 입장을 표명하고, 국제사회와의 협력체제 구축이나 대북제재안의 진정성을 놓고 혼란과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동북아중심국가론을 들먹이며 화려하게 출범한 현 정부 통일외교안보팀은 북 핵실험에서 드러났듯이 동북아 중재자로서 최소한의 균형도 찾지 못한 채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한 총체적 실패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조만간 통일외교안보의 수장을 새로 임명해야 할 것이다. 국가정보원장을 교체하고 청와대 안보정책실장이 자리를 옮기게 되면 전면적 개편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통일외교안보팀의 실패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항간에서 우려하듯이 교체될 인물의 재등용은 하지 말아야 한다.

정책의 실패는 상당부분 인물의 실패에 기인한다. 코드인사나 정실인사 모두 지양하고 임기말 마지막 봉사라 여기고 새로운 인물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정치적 야망을 가진 사람이나 교조적 신념을 가진 사람은 국내외 다양하고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 코드 배제하고 시스템 재정비해야

시스템의 재정비 역시 만시지탄이나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구조는 정책의 효율적 수립과 집행을 절반 이상 보장한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들이라도 시스템 없이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통일외교안보 시스템을 정비함에 있어 오늘날 세계질서의 긴박성과 북한문제의 국제화를 감안할 때 외교통상부장관을 중심으로 안보와 정보, 남북문제가 다루어질 수 있도록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를 재구성하여야 하고, 실제 정책 집행과정에서 청와대는 대통령의 일급 참모로서 기능이 한정되도록 하여야 한다.

청와대는 말 그대로 레드오션에서의 갈등을 초래하지 말고 먼 대양에서의 국익을 건져올릴 수 있는 블루오션 전략을 이번 통일외교안보팀 전면 개편과정에서 발휘해주기를 바란다.

유호열ㆍ고려대 행정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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