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야, 내가 딱정벌레가 되었네!김정환 글ㆍ유진희 그림 / 언어세상, 143쪽, 10,800원
문득 귀뚜라미 소리를 들어본 게 언제였나 싶다. 하늘색을 보면 분명 가을인데 도통 정취는 예전만 못하니…. 메마른 도시에서 사는 탓일텐데, 그 작은 이웃들은 정말 사라진 것일까.
곤충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숲에 온 민수는 따분하기만 하다. ‘보잘것 없는 애벌레를 들여다보는 게 무슨 재미람’. 그 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꽃무지의 말이 들리는가 싶더니 하늘을 날아 곤충들의 나라에 ‘쿵’ 떨어진 것이다. 그들이 권하는 며느리밥풀을 빨아먹고 잠이 든 민수.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깨어보니 자신이 애벌레로 변해있는 게 아닌가.
책은 소년이 ‘변신’해 경험하는 짧은 곤충 세상 여행기다. 특별히 딱정벌레 이야기다. 어리버리 애벌레에서 투덜이 장수풍뎅이로 변신을 거듭한 민수. 호랑하늘소 의사는 이 별난 딱정벌레가 성장통을 앓는 것이라 진단하고, 풀색꽃무지는 장기자랑 대회를 처방으로 내놓는다. 딱정벌레로서의 자긍심을 한껏 드높이기 위함이다. 묘기를 뽐내는 꽃벼룩, 국화하늘소, 남생이잎벌레…. 우리나라에 살고 있다고 알려진 딱정벌레만 3,400종이라니 놀랍다.
어느덧 민수는 ‘나는 사람이야’를 외치기보다는 사라져가는 동족을 걱정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친절한 먹가뢰가 콩잎을 먹다 살충제 때문에 죽다니. 왕쇠똥구리의 생명줄인 쇠똥을 치워버리고 장수하늘소의 서식지를 물로 덮어버린 사람 탓이다.
곤충학자인 저자는 이 동화를 통해 자연은 항상 우리 곁에 있음을 일깨워준다. 그들도 우리처럼 열심히 살아가고 있고,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하찮은 존재는 아니라고 말이다. 딱정벌레를 놀잇감 정도로 여기는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박선영 기자 philo9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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