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연일 한반도를 뉴스로 다루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놀랐고, 그 와중에 한국의 외교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이 됐다. 어느 나라 사람들이건 ‘한반도’에 대해 듣게 된 것이다. 그만큼 우리에게 ‘세계’라는 말이 가까워졌다.
아이들 그림책의 무대가 세계로 확장된 지는 이미 오래다. 아이들 책의 ‘세계’는 어른이 꾸려가는 세상보다 훨씬 선진적인 가치를 담고 있다. 인종차별이나 약육강식이 아닌 ‘공존’을 말하고 있다.
미국 그림책에서 흑인아이가 주인공인, 흔치 않은 일을 해낸 에즈라 잭 키츠는 뉴욕의 브루클린 빈민가의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여덟 살 난 아들이 동네 가게의 광고판을 그려준 대가로 25센트를 벌어 오자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 스칼라스틱 출판사 주최의 전국 미술대회에서 실업자를 묘사한 그림으로 상을 받았지만 아버지는 역시 달가워하지 않았다. 경제 공황기에 브루클린의 커피 가게 종업원으로 일하며 어렵게 먹고 사는 유태계 폴란드 이민자인 아버지는 아들이 ‘부자’가 되기를 절실히 바랐을 터이다.
그런데 얼마 뒤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유품인 지갑에 색이 누렇게 바랜 신문 조각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아들의 미술대회 수상 기사를 정성스레 간직하고 있었던, 어쩔 수 없는 아버지-.
에즈라 잭 키츠의 원래 이름은 ‘Jacob(Jack) Ezra Katz’. 1950년대 반유대적 분위기에서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던 그는 ‘야고보’라는 유태 이름을 ‘Ezra Jack Keats’로 바꾼다. 그러나 소수민족 사람들에 대한 그의 애정을 떨치지는 못했다. 어느 날 묵은 잡지에서 오린 흑인 꼬마 사진을 보고 그의 영원한 주인공 ‘피터’를 구상한다. 또 가난하고 볼품없는 사람들, 지저분하고 우중충한 거리 브루클린은 모든 이야기의 배경이 된다.
혼자 눈밭에 나와 놀고 있는 <눈 오는 날> 의 ‘피터’는 뽀드득 뽀드득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작은 발이 눈 속으로 푹푹 빠지는 어린아이다. 그러나 이어지는 책들 속에서 ‘피터’는 계속 자란다. 여동생이 생긴 피터 <피터의 의자> , 또래 여자아이에게 수줍은 관심을 갖게 되는 남자아이 피터 <피터의 편지> , 슬럼가의 비밀 웅덩이에서 노란 고글을 찾는 소년… 피터는 어느새 청소년으로 훌쩍 자란다. 피터의> 피터의> 눈>
브루클린이라는 어두운 배경 속 아이 피터, 그러나 피터의 얼굴은 천진스럽고 그의 가족이 사는 집은 환하게 밝았으며 친구들과의 놀이는 더 없이 따뜻하게 그렸다. 에즈라 잭 키츠의 책을 읽은 모든 아이들에게 얼굴색이 다른 건 문제될 게 없다. 어린이 책은 자기 민족의 정수를 표현하면서 산을 넘고 강을 지나고 바다를 건너 지구 끝까지 새로운 우정을 찾아가는 전령이라 했다. 그래서일까, 아이들 사회에는 국경도 없다.
뉴욕에 사는 작가가 중국의 빨간 옷을 입은 여자아이 <루비의 소원> 을 알아채고, 미국의 아이들이 옛날옛적 <호랑이와 곶감>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멀리 아프리카 <징가의 신나는 장터 나들이> 를 따라 나선다. 그뿐이랴, 세계를 돌며 <얘들아, 안녕!> 인사하기 바쁘다. 이미 아이들은 손에 손잡고 지구를 돌고 있다. 얘들아,> 징가의> 호랑이와> 루비의>
어린이도서관 ‘책 읽는 아이 책 읽는 엄마’ 관장 김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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