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투기광풍을 불러온 추병직 건설교통부장관의 신도시 발표가 정부 내에서 전혀 사전협의를 거치지 않은 독단적 행동이라니 말문이 막히고, 숨이 답답해진다.
아무리 이 정부가 무능하고 아마추어적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국민생활의 가장 기본이 되는 주택 정책, 이 정권이 명운을 걸겠다고 공언한 부동산 정책이 어떻게 주무 장관의 즉흥적 원맨쇼에 의해 결정된다는 말인가.
사태의 발단은 추 장관의 어설픈 발표지만 신도시 계획 자체가 급조됐다는 의혹을 갖게 한다. 청와대 재경부 등의 반응을 보면 정부 차원에서 신도시 추가건설을 비롯한 종합적인 부동산 대책을 준비해왔다는 흔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대책 전문가를 자처할 정도로 업무에 밝은 추 장관이 과연 청와대와의 사전 논의가 전혀 없이 발표를 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청와대는 추 장관에 대한 문책은 물론이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상식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이번 신도시 파문은 참여정부 국정 시스템에 심각한 이상이 있다는 점을 다시 보여 주었다. 여당이 잇따른 선거 패배로 제 앞가림에 급급하고, 그토록 시스템을 강조해온 정부 내에서는 기초적 정책 조율조차 이뤄지지 않는 총체적 혼란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민심이 등을 돌리고 정권의 레임덕이 가속화하면서 과거에는 상상하지도 못할 일들이 요즘 속출한다. 방위사업청의 차장이 내부 마찰을 이유로 스스로 사표를 던진 일이 그렇다.
주요 경제정책의 조정 기능도 실종상태다. 출자총액제한제 폐지와 대안 마련을 둘러싼 논쟁은 공정거래위원회와 산업자원부, 재정경제부가 각자 자기 주장만 할 뿐 조율은 없다. 정권의 기강과 기능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특히 이번 신도시 파문이 초래한 엄청난 국민적 분노와 불신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한 대책이 나온다 한들 먹혀들지 의문이다. 정부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원점에서 부동산 대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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