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는 차기 외교부 장관 인사청문회장을 방불케 했다. 차기 외교부 장관으로 유력시되는 송민순 청와대 안보정책실장이 증인으로 출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외교부 감사가 부차적으로 느껴질 만큼 의원들의 질문이 송 실장에게 쏠렸다. 심지어 열린우리당 최성 의원은 “예비 인사청문회 성격도 가진다고 생각한다”며 질문을 했고 “송 장관(한나라당 김덕룡 의원)”, “외교부 수장(같은 당 남경필 의원)”이라는 호칭 실수도 연발됐다.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은 “외교장관 내정자로 보도되고 있는데 대통령에게 해외(대사)로 나가겠다고 진언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송 실장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문은 청문회 이상으로 따가웠다. 국제공조와 한미관계, 대북정책과 관련한 최근 그의 강연 발언이 국내는 물론 미국까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탓이다. 하지만 송 실장도 지지 않고 “녹취록을 다 읽어보면 오해가 없을 것. 미국도 다 이해했다”고 맞서 팽팽한 입씨름이 오갔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송 실장은 우리 문제를 국제화, 다자화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국제공조가 잘못된 것이냐”고 따졌다. 이에 송 실장은 “우리의 생각과 국제기구 결정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한나라당 이해봉 의원의 포용정책 비판에 대해서는 송 실장은 “옆집이 너무 차이가 나면 우리가 편안하게 살 수 없지 않겠느냐”고 특유의 비유법을 동원해 방어했다.“외교안보정책의 실패로 생각하느냐”는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의 질문에 송 실장은 “잘된 부분도, 잘못된 부분도 있다. 단정하지 않겠다”고 비켜갔다. 특히 야당 의원들이 “유엔에 우리 문제를 맡기는 것은 우리 운명을 포기하는 것”“미국만큼 전쟁 많이 한 나라도 없다” 등 논란이 돼온 송 실장의 발언을 문제삼자 버티던 송 실장도 “민감한 시기에 만에 하나 잘못 해석될 부분이 있었던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여당 의원들도 송 실장에 대해 송곳 질문을 했다. 최성 의원은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말이 없고 보수 친미적으로 보였는데 요즘은 진보적 반미주의자로 비치는 것은 오해냐”고 따져 물었다. 송 실장은 이에 “그때나 지금이나 맥을 같이 하고 있고 그러한 성격 묘사는 맞지 않다”고 대답했다.
송 실장의 증인 채택은 지난달 한미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 발언의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한 취지로 이뤄졌으나 질문이 최근 발언과 인사 논란에 집중되자 송 실장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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