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이 마침내 쇳물을 녹여서 철강제품을 만드는 일관제철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은 27일 충청남도 당진에서 노무현 대통령,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정몽구 그룹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고로(高爐) 방식의 일관제철소 기공식을 가졌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이 고로 제철소를 완공할 경우 쇳물에서 자동차생산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게 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현대 일관제철소는 당진을 비롯한 서해안 지역 경제에 큰 활력을 불어넣게 될 것이며, 2011년에는 당진 지역은 세계적인 철강단지로 거듭나며 서해안 시대의 명실상부한 주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2004년 인수한 옛 한보철강 당진공장에 인접한 당진군 송산면 가곡리 일대 135만평(449만6,000㎡) 부지에 2011년까지 1단계로 5조2,400억원을 투자, 연산 7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연산 350만톤 용광로 2기)를 세울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2009년까지 토목공사와 공장건설을 끝내고, 2010년 1기 고로의 상업생산을 시작하고 2011년에는 2기 고로도 본격 가동한다는 일정을 짜놓고 있다. 이후 2조2,6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2015년에는 설비 규모를 연산 1,200만톤 체제로 확충키로 했다.
2006년 현재 조강 생산량 세계 32위 수준인 현대제철은 1, 2기 고로가 완공되면 단숨에 세계 10위 철강업체(전기로 포함 1,750만톤)로 부상하게 된다. 또 2단계 사업이 마무리되는 2015년에는 생산능력이 2,250만톤에 달해 세계 6위 업체가 된다.
국내 제철산업으로 볼 때 30년간 이어져 온 포스코(연산 3,200만톤)의 독점체제가 무너지면서 경쟁체제가 구축돼 철강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동반 성장하는 중대 전환점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적으론 세계 5대 철강 강국의 위상을 굳히고, 철강재의 수입대체 효과도 연간 3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현대제철의 고로사업 진출로 국내 유일의 일관제철소인 포스코와 현대제철간에는 진검 승부가 예상된다. 포스코는 현재 전체 판매에서 내수 비중이 75%에 달한다.
또 현대제철이 생산할 열연강판 및 후판의 국내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현대제철의 등장은 내수 시장에서 포스코의 독보적 위치를 위협할 수 있다.
산자부 관계자도 "두 철강회사가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경우 자동차, 조선 등 수요산업 전반에서 가격안정 및 품질ㆍ서비스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이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기까지는 기술, 원료, 자금의 3가지 측면에서 넘어야 할 고비가 남아 있다. 우선 생산 기술의 확보다. 제철사업은 생산 노하우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고품질 생산기술을 조기에 확보하지 못해 품질 경쟁에서 밀릴 경우 경영압박을 받을 수 있다. 투자재원과 원료 공급처 확보도 관건이다. 투자액 5조2,400억원 중 절반 가량을 차입할 예정인데, 돌발 변수 때문에 차질을 빚으면 자금수요가 대폭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은 일부 우려에 대해 모두 해결책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생산기술 확보를 위해 박사급 연구인원만 350명이 근무하게 될 철강연구소를 내년 초 설립할 계획이며, 고급 기술을 전수할 제휴선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날 기공식에 에케하르 슐츠 회장이 직접 참석한 독일의 티센크룹을 유력한 제휴 후보로 꼽고 있다.
현대제철은 또 호주와 브라질, 캐나다 등의 업체와 철광석및 제철용 유연탄 장기공급 계약을 맺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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