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장성희의 막전막후] '새로운 연극성'의 고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장성희의 막전막후] '새로운 연극성'의 고민

입력
2006.10.27 23:55
0 0

21일부터 25일까지 동국대학교 예술극장에서는 국제연극평론가협회 창립 50주년 기념 서울 특별총회가 열렸다. 주제는 <새로운 연극성과 비평> . 34개국 90여명의 참가자와 국내 연극학자, 비평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극 예술의 현주소를 짚어본 자리였다.

유럽권역에서는 새로운 연극성을 다양한 양식들의 혼종(하이브리드)과 장르 간 크로스오버 등 포스트 모더니즘적 경향의 연장선을 기조로 논의가 전개됐다. 관객의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한 무용과 연극, 곡예와 연극의 결합 추세가 대표적인 경향으로 거론됐다.

다소 특이한 것은 불가리아 비평가 칼리나 스테파노바가 동구권 현대 연극의 동향을 전하는 자리에서 “탈정치의 형식성으로 가장한 정치극의 출현”을 언급한 점이다. 그릇된 일상을 다양하게 병치, 제시함으로써 관객의 상상과 인식 능력을 자극하는 한편, 역설적으로 몰정치적 경향과 무지함을 관객 자신이 발견하게 하는 연극들이 문제작으로 대두됐다는 지적이다.(헝가리 연출가 아파드 실링의 <블랙 랜드> 가 대표적)

중남미 지역은 마술적 리얼리즘의 출생지답게 문화적 특수성 안에서 일찍이 새로운 연극성을 본능적으로 찾아간 듯 하다. 아르헨티나의 비평가 할리 마 타한은 이를 ‘변두리의 연극성’으로 요약한다. 재래의 문화적 관점에서 봤을 때 금기시 된 것들에 주목하는 경향을 가리킨다. 육체와 언어의 물질성 자체에 집중하기, 과다하게 보여주기, 배우와 인형의 경계 탐구 같은 것을 통해 관객에게 새로운 감수성과 경험을 이끌어내고자 한다는 것이다.

북미에서 비평 활동을 하고 있는 미셸 바이스는 테크놀로지의 지배 하에서 벌어지는 3D 영상과 연극의 결합에 주목할 것을 요청한다. 가상의 배우들과 무대 위 실물로 존재하는 배우들의 협연이 그것이다. 아시아권에서는 다문화권 전통 양식들이 혼재하는 현실 이면에 놓인 딜레마, 국가적 정체성으로서의 미학적 정립의 필요성 대두 등이 언급됐다. (홍콩, 싱가포르 등)

지금까지 거론한 새로운 연극성의 실험과 시도들이 신상품 테크놀로지의 접목 말고 진정 새로운 것이 있는가? 사실 새로운 연극성에 대한 규명이란 포스트모더니즘 논의의 반복, 혹은 중세 세속극적 연극 전통에로의 회귀를 연상시킨다. 이번 총회는 이처럼 새로운 연극성에 대한 개념을 도출하고 합의한 자리라기보다는, 대륙간 경험의 질과 고민의 차이를 확인하는데 그쳤다.

이는 어쩌면 기성의 비평 언어가 너무 늙어 ‘새로운 연극성’을 미처 다 살필 수 없었기 때문은 아닐까? 그도 아니면 우리 연극 현장에서 ‘새로움’을 그다지 목격한 바 없는 필자의 협애한 경험이 귀를 어둡게 했던 것일까?

극작ㆍ평론가 장성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