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에 따라 살면 행복해?엘리엇 D. 코헨 지음ㆍ김우열 옮김 / 21세기북스 발행, 319쪽, 1만2,000원
당신이 지하철에 앉아 있다. 그런데 맞은편 승객이 자꾸 흘겨 본다. 기분이 나빠 당신도 그를 빤히 쳐다본다. 그러다 갑자기 겁이 나 눈을 돌린다. 그래 놓고 속으로 계속 그를 욕한다. ‘저 인간이 왜 저래. 재수 없게.’
하지만 알고 보니 그는 사시(斜視)였다. 당신을 보고 있었던 게 아니다. 그런데 당신은 알지도 못하면서 상대를 나쁜 인간으로 몰아붙였다. 그런 생각을 계속하니 당신 기분도 더 나빠졌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틀리고 불합리한 생각이나 행동 때문에 스스로 기분이 상하고 심지어 불행해지기까지 한다. 감정에 치우쳐 통제력을 잃고 세상을 그릇되게 판단하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했다. “이성을 사용하고 계발하는 사람은 최상의 마음 상태를 유지할 뿐 아니라 신들에게 가장 귀하게 여김을 받는듯하다.” 불합리한 생각이나 행동을 하지 않도록 그가 권하는 것이 바로 이성이다.
‘미친 시대를 이성적으로 사는 법’ 역시 이성을 강조한다. 미국 철학자 엘리엇 D. 코헨이 감정과 행동 문제로 고민한 사람과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혼란스러운 현대인에게 주는 메시지가 이성의 회복이다.
철학자의 이름과 그들의 경구가 적지 않게 나오지만, 책 속의 이성은 어려운 철학적 개념이 아니다. 그저 합리적, 논리적인 생각 정도로 보면 될 것이다. 책은 이성, 의지력 등에 대한 철학자들의 생각과, 저자가 만난 많은 현대인의 개인적 경험을 결합한 교양서 겸 자기계발서이다.
저자의 주장을 단적으로 말하면, 이성이 지배하는 삶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저자에 따르면 이성을 발휘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이성이 있으며, 다만 여러 이유로 알게 모르게 이성을 발휘하지 않거나 못할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감춰진 이성을 발견하면 어렵고 복잡한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다고 본다. 이성이 있으면 원한도 잊을 수 있고, 유령 같은 도덕적 의무감에 고집스레 매달릴 이유도 없다.
자신은 불완전하면서 다른 사람, 특히 배우자에게 완벽하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이성이 있으면 의지력도 있다. 의지력으로 불합리한 행동을 못하도록 자신을 제어할 수 있다. 이성과 의지력은 결국 마음가짐이다. 험한 일, 힘겨운 사정도 마음 먹기에 따라 덜 고통스러워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니체가 “큰 고통이 고귀함을 만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성적인 존재일까. 욕망을 제어할 수 있을까. 국가나 사회제도가 비이성적이어도 개인이 이성적이면 행복할까. 인간을 너무 긍정적으로 보았다는 점에서 반발이 있을 책이다. 하지만 감정에 치우쳐 즉흥적 판단을 내리고, 자신에 대한 규율을 등한시하는 세태를 겨냥했다고 볼 수 있다. 세상 핑계 대고 남 탓만 하면서 무책임하게 처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계기로 삼을만하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