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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한국은행의 불명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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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한국은행의 불명예

입력
2006.10.2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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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충격(1970)> <제3의 물결(1980)> <권력이동(1991)> 등 일련의 저작을 통해 지식기반 사회의 도래를 예견했던 앨빈 토플러는 올해 펴낸 <부의 미래ㆍ원제 revolution wealth> 에서 경제학자들을 마구 조롱했다.

종래의 개념으로는 파악하기 힘든 혁명적 부의 창출시스템이 전개되고 이것이 개인의 삶과 기업의 생존방식을 송두리째 뒤바꾸고 있는데, 경제전문가라는 사람들은 고답적 이론과 분석틀에 얽매여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경기 고용 등에 대한 이들의 예측은 매번 빗나갔고 아시아 외환위기 같은 세계적 재앙에도 무지했다고 공박했다.

▦ 토플러는 또 경제학자들을 모두 '수치스런 예측의 전당(Hall of Forecasting Shame)'에 올려야 한다고 비꼬았다. 개별 학자들의 예측을 평균한 '합의 전망(consence forecast)'이란 묘안까지 짜내 봤으나 경기흐름을 포착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슬쩍 동정론도 편다.

정보 접근성은 제한돼 있는데 변화의 속도는 너무 빨라 아무리 똑똑하고 부지런한 사람이라도 유용한 통찰력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사회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혁명적 부의 창출ㆍ분배ㆍ소비 시스템을 직시하라"는 그의 말도 왠지 공허하다.

▦ 경제학자 혹은 전문가들이 웃음거리가 되는 것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와 한국은행, 국책ㆍ민간 연구소 등 내로라는 곳에서 내놓은 GDP 성장률 전망이 대부분 엉터리라는 국정감사 자료는 한 예다.

2000년 이후 이들이 예측한 성장률 중에는 터무니없이 낮게, 또는 높게 헛짚은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성장률(4%)을 봤을 때 2004년 말 전망 기준으로 한국은행과 KDI가 제대로 예측하고도 작년 7월 수정 전망에서 돌연 입장을 바꿔 망신을 샀다. 반면 당초 5%라고 허풍을 떨었던 정부는 수정치에서 실적을 잡아내 체면을 살렸다.

▦ 그래도 한은의 전망에는 사람들이 귀를 기울인다. 낙관론을 펴기 마련인 정부나 보수적 관측에 치우치는 민간 연구소와 달리 중립과 객관을 생명처럼 여겨야 할 통화신용정책을 담당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한은은 시장의 기대를 너무 쉽게 배반해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리고 있다. 성장률 전망이 빗나가는 일은 다반사고 올해 경상수지 예상은 무려 160억 달러의 편차를 보이며 4차례나 번복했다. 유가 등 변수가 많았다고 변명하지만 은연중 정부와의 코드에 신경을 쓴 때문은 아닌지 자문해볼 법도 하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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