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라크 정부간 관계가 심상찮다. 최근 이라크 폭력사태 해결을 위한 합동작전을 둘러싸고 이견을 보이더니 이젠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직접 감정 섞인 비난까지 주고 받는 등 갈등이 노골화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5일 이라크의 폭력사태 대해 “나에게는 심각한 우려”라며 “(이라크 지도자들에게) 미국의 인내심이 무한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에서 승리할 때까지 군대를 계속 주둔시킬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지만 이 같은 언급은 이라크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불신쪽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미국은 반미 저항세력을 뿌리 뽑기 위한 합동작전에 이라크 정부가 미온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적극적인 참여를 압박해왔다. 일부 언론은 미군 철수까지 포함한 이라크전 전략변화와 이라크 정부 교체설까지 제기했다. 이 같은 부시 대통령의 행보는 내달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라크전에 대한 반대 여론이 급등하고, 공화당 소속 후보들의 거센 정책변화 요구를 의식한 궁여지책으로 분석된다.
이라크 정부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맞불을 놓았다. 말리키 총리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이 아니라 중간선거를 위한 선거운동의 일환일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이라크 정부의 종파간 유혈사태를 억지하기 위한 일정표에 말리키 총리가 동의했다’는 미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에 대해서도 “이라크 국민이 선출한 이라크 정부에 일정표를 강제할 수 없다고 확신한다”며 거리를 두었다.
말리키 총리는 심지어 미군과 이라크군이 반미 시아파 지도자인 무크타다 알 사드르가 이끄는 마흐디 민병대의 근거지인 사드르시티를 공습한 데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그는 “나는 이번 공습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면서 “마흐디 민병대의 유력인사를 겨냥한 이런 공격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밀월 관계였던 부시 대통령과 말리키 총리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이라크 사태도 점차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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