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8.2’라는 숫자에 잔뜩 고무돼 있다. 25일 전남 해남ㆍ진도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 득표율이 8.2%를 기록한 것이 “당이 호남과 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한 결과”(나경원 대변인)라는 것이다. 같은 지역구에서 17대 총선 때 득표율은 1.7%에 그쳤다.
이번 약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게 한나라당 주장이다. 실제 선거 기간 당 자체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도가 꾸준히 10% 안팎을 기록했다. 또 10월 초 한 언론사의 전남 지역 조사에서도 당 지지도가 7.3%로, 민노당을 추월했다. 한 관계자는 “5ㆍ31 지방선거에서 전남 도지사 후보 득표율이 5.9%였는데, 이 때는 당 지지도보다 인물 지지도가 높았다”며 “이번엔 인물보다 정당 파워로 치른 선거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기초단체장 재ㆍ보선 지역인 전남 화순과 신안에선 득표율이 각각 5.19%, 2.58%에 그쳤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당 조직 내 분란이 있었고, 막강한 무소속 후보들이 팽팽히 맞서 표가 쏠렸기 때문이지, 당 지지도 자체는 높았다”고 말했다.
‘민 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26일 “호남 지역 대선 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고건 전 총리에 이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위를 하고, 5ㆍ31 지방선거 때 수도권 호남 출신들이 상당수 한나라당 후보를 찍는 등 호남에서의 한나라당 지지도 상승은 분명한 트렌드”라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가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홍진표 자유주의연대 집행위원장은 “지난 대선 때 호남 표가 총결집한 데는 이회창 전 총재에 대한 호남의 반감이 워낙 크다는 점이 상당 부분 작용했지만, 박근혜 대표는 호남에서도 대중적 인기가 높고 이명박 시장에 대해선 어려운 지역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 호남 표를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성민 대표는 “최근 호남 기류는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에 분노한 민심이 홧김에 한나라당을 찍는 측면도 커 대선까지 지속성을 가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 정계개편을 통해 호남을 대표할 유력 주자가 떠 오르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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