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파업 대응 방식이 독해졌다. 노조의 과격한 방식에 지레 겁을 먹고 휘둘리던 예전과 달리 직장폐쇄나 손해배상 소송제기 등 강경 카드로 노조를 압박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직장폐쇄는 사 측이 노조파업에 대응하는 최후의 강경카드로 파업 중인 조합원은 사업장에 들어갈 수 없다. 따라서 노조는 사업장 내 농성이 불가능해지는 등 파업전략 짜기가 힘들어진다. 또한 노조가 파업을 풀더라도 사측이 직장폐쇄를 철회하지 않으면 조합원은 업무에 복귀할 수 없다.
변압기 등 전력기기를 만드는 효성 창원공장은 노조의 파업에 맞서 19일과 20일 공장 5곳에 대해 직장폐쇄를 했다. 노사 양측은 5월부터 단체협상을 시작했으나 임금인상률과 정년연장 등에서 큰 이견을 보여 갈등을 빚어 왔다.
노조는 “우리의 요구를 묵살하고 직장폐쇄를 단행한 사 측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지만 사 측은 “파업으로 인한 손실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측의 주장이 워낙 팽팽히 맞서 단기간에 사태가 해결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축산업협동조합 단위 사업장에도 직장폐쇄가 내려졌다. 각각의 단위 사업장은 지난달 27일 연천축협을 시작으로 이달 19일 통영축협까지 7곳의 파업에 대해 직장폐쇄로 맞섰다. 단위 노조들은 전임자 확대 등을 요구하지만 사 측은 오히려 축소를 주장하고 있어 협상은 난항에 빠져 있다.
최근 파업이 끝난 사업장에서도 사 측의 강경대응 추세는 뚜렷하다. 울산에 있는 나일론 원료 생산업체 카프로의 노조는 최근 75일 간 이어온 파업을 조건 없이 접었다. 파업 시작 열흘 뒤에 취해진 사 측의 직장폐쇄 조치와 강경 대응 전략에 밀린 백기투항이었다.
스테인레스 강판 제조업체 대양금속도 3월부터 시작된 노조의 파업에 직장폐쇄, 조합원 10명 해고, 업무방해 고소, 손배ㆍ가압류 소송 등으로 맞섰다. 사측의 전방위 강공책에 노조는 7개월 간의 파업을 철회하고 아무 소득 없이 17일 업무에 복귀했다. 이밖에 대구지역 시내버스, 한국시멘트 노조 등도 사 측이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강하게 맞서자 두 손을 들었다.
사측의 강경대응은 노조의 무리한 요구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효성 창원공장의 경우 노조는 정년 2년 연장, 일급제에서 월급제 전환 등을 요구하며 사측의 무조건 수용을 주장해 사태를 키웠다. 사 측의 협상의지 결여도 문제다. 한 노동계 전문가는 “파업하기가 무섭게 사 측이 직장폐쇄를 내리는 것은 애초부터 협상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었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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