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과 유치원이 파할 시간인 23일 오후 3시 서울 마포아동복지관. 4,5세 개구쟁이들이 엄마손에 이끌려 2층 강의실에 모여들었다.
하지만 시끌벅적한 풍경도 잠시. 동화구연반 강사 김미란(50)씨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사자목소리를 흉내 내며 ‘동화구연반’을 외치자 금세 조용해졌다.
지난 9월부터 이곳에서 동화구연반을 맡고 있는 김씨는 “글자도 모르는 코흘리개들이지만 구연동화를 들려주면 호기심이 발동하고 자신도 모르게 집중력도 길러진다”고 말했다. 세살박이 아들과 동화구연반을 찾은 조정내(36)씨는 “구연동화를 배우면서부터 의사전달이 분명해 지고 발음도 또렷해 진 것 같다”며 흐뭇해 했다.
요즘에는 시골 작은 유치원과 어린이집까지 동화구연이 이뤄지고 있지만 30여년전만 해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러한 시절 전국 각지에서 어린이들에게 동화를 통해 꿈과 희망을 심어주었던 조직이 ‘색동어머니 동화구연가회’이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 동화구연 역사의 산증이라 할 만하다.
이 단체는 소파 방정환(1899~1931) 선생이 조직한 색동회에서 개최한 동화구연 대회에서 출발했다. 동화구연이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1978년 2월 색동회가 주최한 제1,2회 전국어머니 동화구연대회(1976,1977년)에서 입상자 20명이 탄생했다.
해를 거듭하면서 서울의 중앙회와 함께 대전, 울산, 경남 등 전국 6개 시ㆍ도 지부를 두고 회원도 1,000여명으로 늘어나면서 전국조직으로 거듭났다.
이들 회원은 모두 일선에서 내로라 하는 베테랑급 동화구연 지도자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중앙회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동화보급운동을 벌이며 매년 활동폭을 넓혀가고 있다.
창립 이듬해인 1979년 ‘알롱달롱 이야기주머니’1, 2권 출판을 시작으로 83년에는 구연동화 녹음테이프 ‘별초롱 금초롱’을 만들었고 92년부터 제1회 전국유치원어린이동화구연대회를 개최하는 등 동화구연 보급에 기여했다.
또 83년 7월 제1회 어머니를 위한 동화구연세미나를 시작했고 92년에는 동화구연 월 회보인 ‘색동고리’를 발행, 전국 각 도서관에 보급하는 등 어린이들의 심성계발을 위한 동화구연 인프라 확충에도 열성적이다.
1985년에는 색동극단을 만들어 동화구연과 함께 어린이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하고 있으며 2001년에는 색동회 인터넷 홈페이지인 ‘색동맘’(www.saekdongmom.or.kr)을 개설, 온라인 교육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회원 중심의 ‘동화구연 전파’역할과 더불어 활발한 국내외 봉사활동을 통해 불우아동들을 엄마의 사랑으로 보듬고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일도 잊지 않고 있다.
고아원, 재활원 등 아동복지시설에서의 동화, 동시, 동극 공연 등을 정기적으로 열고 미국 뉴질랜드 러시아 등 해외 입양 어린이 및 교민 어린이들을 위한 해외공연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이영희(62) 회장은 “이번 수상을 계기로 언제든지 어린이들이 엄마손을 잡고 와서 자유롭게 동화구연을 즐길 수 있는 전용회관 건립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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