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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즐겁게 춤을 추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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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즐겁게 춤을 추다가

입력
2006.10.26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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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놀이와 노래에는 시대의 비밀이 담겨 있다. 예를 들면 중국 주(周)나라 말기의 수수께끼같은 아이들 노래는 나라가 곧 망한다는 내용이었다. 노래가 주술성을 갖추고 예언기능을 하는 것은 동ㆍ서양이 똑같다. 유행하는 말, 떠도는 말의 힘은 신비롭고 강력하다.

아이들의 노래와 놀이가 시대의 비밀을 담고 있는 것은 결국 그것이 어른들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통해 어른들의 이야기를 하고 아이들의 힘을 통해 어른들의 세계를 변화시키려 한다. 교육과 학습 속에서 어른과 아이는 하나가 될 수 있다.

● 지금은 멈출 때라는 상황명령

북한 핵실험 이후 물 끓듯 시끄럽고 어지러운 한국사회의 최근 모습을 보면서 <즐겁게 춤을 추다가> 라는 아이들 노래를 생각하게 된다. 가사는 이렇다.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눈도 감지 말고 웃지도 말고 울지도 말고 움직이지 마. 2절에도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추라는 말이 나오고, 서 있지도 말고 앉지도 말고 눕지도 말고 움직이지 말라는 명령이 이어진다.

영어로 들으면 그 메시지가 더 분명해진다. 제목은 "Stop right there"라는 명령이며 가사에 "now it's time to stop"이라는 일깨움이 들어 있다. 왜 아이들에게 이런 '동작 그만'의 노래를 굳이 가르치고 부르게 하는 것일까.

그것은 정당한 명령에 대한 복종, 변화된 상황에 대한 적응, 순발력 있고 유연한 행동을 학습하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닐까. 즐겁게 춤을 추다가 꼼짝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 유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메시지는 그런 것들일 터이다.

북한의 핵실험은 즐겁게 춤을 추던 우리 사회에 그 일을 멈추어야 할 상황임을 일깨워 주었다. 누가 무슨 말을 하고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종전의 대북정책을 그대로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여러 사람이 이미 지적한 바대로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의 생각은 그게 아닌가 보다. 핵실험이 알려진 직후와 그 다음의 언동이 서로 달라 배신감이나 어리둥절한 느낌마저 갖게 한다.

더욱이 집권여당의 대표와 의원들이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민감한 시기에 개성공단을 끝내 방문하고, 북측의 권유를 받고 춤을 춘 일은 상황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얇고 안이한지 알게 해 주었다.

야당의 공격을 받자 "야당 의원들도 개성공단에 가서 춤을 추었으면서…"하고 항변했지만, 핵실험 이전과 이후의 춤 추기는 그 의미와 파장이 판이하다. 지금은 즐겁게든 즐겁지 아니하게든 북측 사람들과 춤을 출 때가 결코 아니다.

사실 포용정책을 지지하는 사람이나 비판하는 사람 모두에게 그 동안 북한은 매력적인 사업의 소재이며 대상이었다. 북한 다녀오기, 고위인사 만나기는 특별한 신분임을 과시할 수 있게 해 주는 일종의 훈장과 같은 것이었다. 알고 보면 그 모든 게 돈의 힘이었지만, 우리 사회는 그 점에 대충 눈 감은 채 포용정책의 좋은 성과만을 기대해 왔던 게 사실이다.

북한에 퍼주기를 한다고 정부를 비난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직ㆍ간접적으로 금품의 힘을 빌려 북과의 개인적 네트워크 구축에 열중했던 경우도 많다.

● 포용만 고집하는 건 큰 잘못

그런 과정을 겪는 동안 북은 오만해졌고 남한의 개인들은 건방져졌다. 재ㆍ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한 야당의원은 북한을 방문했을 때 금지사항을 어기고 북한군인에게 아이스크림과 땅콩을 건넸다.

그 바람에 본인이 조사를 받은 것은 물론 많은 관광객들까지 제 때 출발을 하지 못해 불편을 겪었는데도 그는 무엇이 잘못인지 잘 모르는 눈치였다. 하지 말라는 금기를 어기고 남들이 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을 용기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정부는 춤 추기를 멈추고 이제라도 동작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북을 돕기 위해 애써온 수많은 단체와 개인들 역시 북한의 손에 이끌려 무대 위에 춤추러 올라가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변화된 상황과 지배적 여론에 대한 인식이 낮으면 철없는 어린애처럼 엉뚱한 짓만 하게 된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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