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 500㎞의 첫 국산 크루즈미사일 '천룡' 개발사실이 알려진 게 한달 전인데 이번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사거리 1,000㎞ 크루즈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고, 1,500㎞ 짜리도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관성항법장치, 지형영상대조 등의 첨단유도기술을 적용, 오차범위를 3㎜ 이내로 줄였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대단한 개발속도다. 이 정도면 북한의 탄도미사일 '노동'을 압도할 뿐더러 미국이 자랑하는 크루즈미사일 '토마호크'도 무색케하는 성능이다. 북한을 넘어 일본 중국까지도 견제 가능한 전략형 미사일인 셈이다.
▦ 국산 신무기에는 늘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K-200장갑차는 미군의 M2브래들리, K1A1전차는 미군의 M1에이브럼즈나 독일 레오파드에 필적하거나 그 이상의 성능으로 소개됐다. 공군의 KT-1, T-50 항공기도 물론 동급 최고다.
해상무기는 더 뿌듯하다. 진수완료된 KDX-Ⅱ 구축함들도 그렇거니와 2008년 인도되는 KDX-Ⅲ 이지스함의 제원은 미국 일본의 그것을 훌쩍 뛰어넘는다. 말라카해협까지 포괄하는 1,000㎞ 탐지·추적능력에 각종 최첨단 미사일 140여기를 장착, 무적의 전방위 전투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 그러나 자긍심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도 종종 들린다. 자주대공미사일 '천마'는 납품도 하기 전에 전면 개량 중이고, 휴대대공미사일 '신궁'은 야간작전이 불가능하며, 자주대공포 '비호'의 명중률은 구형 오리콘포에도 크게 못 미친다는 등의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지난 해엔 10년 넘게 걸려 개발된 중어뢰 '백상어'와 경어뢰 '청상어'에서 실전 배치 후 심각한 결함이 발견돼 해군이 해당업체에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나선 일도 있었다. 이들 모두 개발성공 발표 당시엔 예외 없이 세계 최고성능으로 홍보됐던 무기들이다.
▦ 현대무기 성능은 전자시스템에 결정적으로 좌우되는 만큼 우리의 IT기술로 미뤄 국산무기 수준 역시 상당하리라는 점은 충분히 짐작된다. 문제는 과도한 환상을 심어 주는 일이다(과문 탓인지 국제 공인된 최고 국산무기는 K-9자주포 정도만 알고 있다).
사실 장거리 크루즈미사일 같은 전략무기는 개발완료나 실전배치까지는 군사기밀로 남겨두었어야 할 사안이다. 혹 북핵으로 인한 국민의 불안감을 당장 누그러뜨릴 요량으로 흘린 정보가 아닌가 싶어 '세계 최고 수준의 크루즈미사일 개발'은 여러 면에서 썩 개운치 않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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