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의 설익은 신도시 발표가 집값을 잡기는커녕 도리어 우려대로 가격 폭등세와 투기 분위기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오늘 신도시로 확정 발표되는 인천 검단지구 일대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집값이 치솟고, 미분양 아파트마다 인파가 몰려 난장판을 이루는 투기장으로 변했다.
수도권 내 신도시 개발 가능성이 있는 지역들도 덩달아 집값이 뛰고, 서울 강남 아파트마저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부동산 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져드는 조짐이다.
투기 대책이 투기에 불을 지른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전적으로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의 경솔하고 무책임한 발표 탓이다. 신도시 후보지가 발표되면 주변 집값이 뛰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그래서 신도시 발표는 극도의 보안 속에 완벽한 준비를 거쳐 발표하고,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과 같은 투기방지책이 병행된다.
그런데 추 장관은 불쑥 기자실에 나타나 지나가는 말처럼 신도시 이야기를 던졌다. 또 "개수에 상관 없이 신도시를 짓겠다"는 발언으로 수도권내 모든 예상지역을 들쑤셔 놓았다.
기존 정책에서 전면 후퇴하는 내용을 허겁지겁 발표함으로써 "정부는 투기를 막을 힘이 없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준 것도 커다란 실책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땅에 떨어뜨린 경솔한 행동이다.
번번이 정부 발표와는 반대 결과가 나타나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 대한 여론의 분노는 추병직 장관 책임론으로 번지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그를 투기세력의 'X맨'이라고 조롱했다.
실제로 그는 이번 집값 불안의 단초가 된 판교신도시 고가분양에 책임이 있을 뿐 아니라 전세 파동에 대해서도 "계절적인 수요일 뿐"이라며 어설픈 대응을 했다. 분양가 공개, 발코니 확장 허용, 개발부담금제 도입등 주요 정책에 대한 입장을 수시로 바꾸며 갈팡질팡했다.
그의 재임기간인 지난해 4월 이후 아파트 값은 23%나 올랐다. 많은 정책 혼선으로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 주었다면 책임론이 제기되기에 앞서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공직자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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