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교육은 한 인생의 가장 소중한 기간을 희생시키는 행위입니다.”
독일의 저명한 아동교육학자로 국제발도르프유치원연합 고문인 볼프강 자스만스하우젠(54ㆍ사진) 박사가 26~28일 이화여대에서 열리는 서남재단(이사장 이관희) 주최 국제유아교육심포지엄 ‘늦게 피어도 아름다운 꽃 2006’에서 강연하기 위해 방한했다. 발도로프 교육은 아이의 정신적ㆍ육체적 능력의 조화를 목표로 독일에서 1911년부터 시작된 일종의 대안교육으로, 전세계 840개의 학교와 1,400여개의 유치원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는 “한국처럼 독일에서도 더 빨리, 더 많이 지적 성장을 유도하려는 조기교육 바람이 거세다”며 “그러나 의도된 교육은 오히려 아이들의 성장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속담에 ‘잡아당긴다고 풀이 더 빨리 자라지는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습지나 교육용 비디오를 들이미는 추상적인 방식은 의미가 없어요.”
대신 그는 ‘부모가 아이들과 실제적인 삶을 함께 하라’고 조언한다. “클래식 명곡 CD를 틀어주는 것보다 부모가 못하는 노래라도 아이와 함께 부르며 즐기는 시간이 훨씬 좋습니다. 아이들은 직접 식탁을 차릴 필요는 없지만 엄마가 식탁 차리는 것을 지켜보고 수저 놓기 정도를 도우면서 자연스럽게 색채와 도형, 공간감각 등을 익힙니다. 이것이 실제 삶을 사는 과정에서 체득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입니다.”
자스만스하우젠 박사는 같은 이유로 취학전 아동의 이중언어 교육을 반대했다. 어린이가 실제 삶이 아닌 교육기관을 통해 제2외국어를 배울 경우 모국어 지체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2외국어를 배우는 아이들에게서는 말을 더듬는 증상이 많이 발생합니다. 언어는 날숨과 함께 자연스럽게 튀어나와야 하는데 너무 어린 시절부터 언어를 논리로 접근하면 날숨과 발성의 조화가 깨지거든요. 엄마와 아빠의 국적이 다르거나 해외에서 체류하는 등 생활환경 자체가 이중언어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제2외국어는 취학 이후부터 배우는 것이 좋아요.”
그는 “시련을 통해 더 강해지는 사람과 시련에 좌절하는 사람의 차이는 7~9세 아동기의 경험과 밀접히 연관돼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아동기에 세상에 적극 참여해본 경험이 많을수록, 자신의 존재만으로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많이 받을수록, 시련 극복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은 아동기가 취학 준비가 아닌 자긍심을 키우는 시기여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강조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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