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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신도시 발표… 투기 재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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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신도시 발표… 투기 재연 우려

입력
2006.10.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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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교통부의 섣부른 신도시 건설 발표 이후 수도권의 미분양 단지에 ‘묻지마’ 청약 인파가 몰리는 등 투기 재연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집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정부의 신도시 추가 건설 계획이 당초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시장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 수도권에서 시작된 주택시장의 불안은 점차 서울 강남권 아파트까지 자극, 호가가 하루 사이에 수천만원씩 오르는 등 역작용이 증폭되고 있다.

25일 추가 신도시 예정지로 알려진 인천 검단의 한 미분양 아파트 모델하우스. 신도시 건설 호재에 대한 기대감으로 새벽부터 수백명의 청약자들이 몰리면서 서로 먼저 청약을 하겠다고 몸싸움을 벌였다.

삼라건설이 인천 서구 대곡동에 건립하는 이 아파트(28~33평형 117가구)는 지난 주 실시한 청약접수에서 신청자가 하나도 없어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빚은 단지. 하지만 신도시 건설이 유력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500만원 넘는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소문까지 나돌면서 선착순 분양 하루 전인 24일 저녁부터 수백명의 신청자들이 줄을 서 밤을 새우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전체 117가구 중 71가구가 선착순으로 순식간에 마감됐고, 나머지 46가구도 25일 오전 분양이 끝나자 신청 기회를 놓친 청약자들은 “건설사가 분양 물량을 임의로 줄였다”고 항의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집값 상승세가 수도권 전체로 번지고 있다는 점. 우선 신도시 신설 및 확대 예정지로 알려진 인천 검단과 경기 파주 일대 아파트는 하루 동안에 최고 5,000만원이나 호가가 치솟는 등 연일 초강세다.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해지면서 매물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인천 서구 검단ㆍ마전ㆍ당하ㆍ원당동 일대 아파트는 신도시 발표 전에 비해 일제히 1,000만~2,000만원 가량 올랐다. 대로변이나 전철역 인근에 위치한 인기 아파트들은 불과 몇일 사이에 5,000만원이나 상승하는 등 예기치 않은 시장 불안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평당 700만~900만원인 신도시 예정지 내 원당ㆍ불로지구 아파트들은 신도시 건설 발표 이틀 만에 평당 800만~1,100만원씩 치솟았다. 원당지구 내 L아파트 33평형은 최근 3억1,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었지만 신도시 발표 이후 호가가 3억5,000만원을 넘어섰다.

원당지구 내 P공인 관계자는 “아파트 매물을 찾는 전화가 폭주해 업무를 보지 못할 지경”이라며 “인근 33평 아파트가 최근까지 2억5,000만원을 호가했지만 지금은 부르는 게 값인 상태라 얼마에 살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도시 확대가 거론되는 파주 신도시 주변 지역도 토지거래허가 등 각종 규제에 묶여 최근까지 큰 변동이 없었지만 이번 신도시 발표를 계기로 토지 가격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신도시발 투기 광풍은 강남권 아파트값 상승도 부추기고 있다. 일부 단지의 경우 호가가 불과 몇일 사이에 5,000만원이 오르는 등 급등세가 확산될 조짐이다. 특히 정부가 ‘재건축에 대한 규제는 절대 풀지 않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는데도 가격 상승세는 속도를 더하고 있다.

강남 주택 수요를 흡수해 가격을 진정 시키겠다는 신도시 개발 취지와 달리 시장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 13평형의 경우 지난 주 7억1,000만~7억2,000만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이보다 최고 2,000만원 가량 상승했다.

강남구 도곡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비강남권에서조차 수천만원씩 오르다 보니 아무런 호재가 없던 강남 아파트들도 재건축, 일반아파트 가리지 않고 자고 나면 수천만원씩 오르고 있다”며 “설익은 개발 계획 발표가 수도권 전역에서 투기 광풍을 재연시키는 화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송원영 wysong@hk.co.kr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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