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포용정책 추진의 상징적 인물이었던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전격 사퇴로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이 수정될 지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이 장관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확고한 철학에 기초해 평화번영정책을 추진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포용정책 기조 유지를 강조했다.
일단 대북 정책의 가늠자인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은 기존 정부 입장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가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사업 지속과 큰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장관은 “(이런 입장은) 제 개인 생각이 아니고 정부의 판단이며, 제가 물러나고 다음 장관이 온다고 해서 달라질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부 당국자는 “유엔 제재위에 제출할 정부의 대북 제재 보고서도 예상보다 약화된 수준에서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동안 외교부 중심의 대북 압박론에 맞서 대화ㆍ제재 병행론을 주장했던 이 장관의 퇴진은 대화론자들의 입지를 약화시킬 게 분명하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과 통일부장관을 지내며 4년 가까이 참여정부 대북정책을 총괄했던 이 장관까지 내침으로써 적절한 선에서 포용정책을 수정ㆍ보완할 가능성이 높다. 만일 노 대통령이 포용정책을 대폭 수정하는 수순까지 밟고, 이에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 경우 남북관계 전반이 어그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북정책의 변화 수준과 폭은 후임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도 이런 우려를 인식한 듯 “외교안보정책 방향에 공감대를 갖고 있는 분들이 정부 안에 많고, 새로 오시는 분도 그런 공감대를 갖는 사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임 장관 후보자 그룹은 크게 정치인, 학자, 관료 등으로 나뉜다. 이와 관련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계승하는 동시에 미국과 야당의 공세에 맞설 정책적 능력과 정치력을 겸비한 인사여야 한다는 기준이 제시되고 있다.
우선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 신언상 현 통일부 차관 등 관료 그룹은 이 장관과 호흡을 맞춘 경험 덕분에 정책 일관성 유지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또 국회 통외통위 활동 경력이 있는 열린우리당 문희상, 임종석 의원도 현재 상황을 정리하고 야당의 공세에 대응하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
학계 전문가 중에는 국정원 기조실장을 지냈던 서동만 상지대 교수, 한때 NSC 사무차장 물망에 올랐던 박건영 가톨릭대 교수, 동북아시대위원장을 지낸 문정인 연세대 교수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참여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쉽다는 이유로 거론되지만 정치력 측면에서 검증되지 않았다는 반론도 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