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들이 노쇠하다고 했던가. ‘백전노장’ 전주 KCC가 연장 혈전 끝에 디펜딩 챔피언 서울 삼성을 잡았다.
KCC는 25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6~07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원정경기에서 이상민(15점 14리바운드)의 노련한 지휘와 타이론 그랜트(23점 6리바운드)의 막판 집중력을 앞세워 삼성을 92-89로 꺾고 귀중한 1승을 챙겼다.
조성원의 은퇴와 주전들의 노쇠화로 약체로 꼽혔던 KCC. 우승전력으로 꼽히는 삼성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도, 높이도 KCC의 열세였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노장 선수들의 투지에 불을 붙였다. 이상민의 노련한 지휘 아래 바비 레이저(22점 9리바운드)와 그랜트는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고, 추승균(21점 7어시스트)은 전광석화 같은 돌파로 삼성 골밑을 흔들었다.
고비는 외국인 선수 한 명만 뛰는 2쿼터와 3쿼터. ‘서장훈(26점 8리바운드) 효과’를 등에 업은 삼성은 이규섭(15점)의 득점포까지 가세하며 3쿼터 75-62로 점수차를 벌려 승기를 잡는 듯 했다. 그러나 KCC는 4쿼터 들어 추승균과 이상민의 연속 득점으로 추격의 불을 당기기 시작했다.
이상민은 82-84까지 추격한 4쿼터 종료 2분여를 남기고 왼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며 전력을 이탈했지만 한번 달아오른 KCC의 기세는 멈출 줄 몰랐다. 4쿼터 종료 24초전 추승균의 슛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올루미데 오예데지의 골밑슛을 허용한 84-86에서는 막판 그랜트가 던진 회심의 미들슛이 불발됐지만 레이저가 버저와 함께 팁인슛을 성공시켜 극적으로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 갔다.
연장전에서는 그랜트가 빛을 발했다. 그랜트는 당초 영입했던 마이클 라이트가 발목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개막 직전 영입한 선수. 하지만 그랜트는 86-88로 끌려가던 연장전 중반 홀로 3점슛 2방을 터트리며 팀 승리를 매조지 했다. 삼성 안준호 감독은 “집중력에서 졌다”면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벌써 2패를 당해 큰일이다”고 고개를 떨궜다.
무리한 탓에 왼 허벅지 통증이 도진 이상민은 “아무래도 다들 약체라고 하니 투지가 강해지는 것 같다”면서 “아시안게임이 우리에게 유리한 만큼 매 경기 집중력을 발휘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오미현 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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