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간 경기 하남시에 꽹과리, 징소리가 요란했다. 마을 주민들도 300여명씩 모이고 계란과 밀가루도 상당량 소비됐다고 한다. 풍악소리는 김황식 시장의 연설을 막으려는 소음이었고 계란과 밀가루는 시장에게 던지기 위해 사용됐다.
조용한 하남시에 파문을 일으킨 것은 김 시장이 16일 시의회에서 광역화장장 유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김 시장은 화장장 유치에 뒤따르는 인센티브 2,000억원으로 주민 숙원인 지하철 5호선의 하남연장을 성사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여기 저기서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국내 최대 규모의 광역화장장을 유치한다면서 시민들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았던 게 불씨였다.
계획했던 설명회도 열리지 못했다.
23일 천현동 설명회는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옥신각신하다 무산됐고 24일 덕풍동 설명회 역시 꽹과리와 확성기 소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1시간 만에 취소됐다.
김시장은“반대의견이 있으면 설명회장에서 밝혀 달라. 화장장유치는 주민투표 등 주민의견 수렴절차를 거치겠다”고 말했지만 성난 민심은 쉽게가라앉지 않았다.
여기에 경기도와 서울시도 광역화장장과 관련, 협의한 바 없다고 밝혀 김 시장의 입지는 더욱 축소됐다. 급기야 김 시장마저“쓰레기 소각장, 군부대 유치는 말한 바 없는데 일부 언론이 과장 보도했다”며 목소리를 낮추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김 시장의 방침은 지역발전을 위한 빅딜이고 용기있는 결단이다. 때문에 김 시장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도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명분도 필요한 절차를 거쳐야 빛이 난다. 부안방사능폐기장 사태가 악화했던 것도 일방적으로 밀어 붙였기 때문 아닌가.
김 시장의 계획이 하남시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 주민들 설득에 나서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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