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첫 투자를 개시하지도 않은 한국투자공사(KIC)가 출범 6개월 만에 임원에게 성과급 명목으로 6,863만원을 지급하는 등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간 한국투자공사는 19억6,500만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실적면에서 ‘성과’는 전무했다.
25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KIC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KIC의 방만경영에 대한 매서운 질책이 이어졌다. 국감에서 드러난 KIC의 경영실태는 한마디로 ‘남의 돈으로 벌인 흥청망청 잔치’였다.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올 7월 외환은행 매각 검찰수사와 관련해 사임한 이강원 전 사장은 2005년 7월 취임 후 첫 주말부터 그 해 말까지 6개월간 매주 1~2회씩 총 18차례 골프를 치는 데 회사 돈 1,874만원을 사용했다.
KIC의 의사결정 기구인 운영위원회(위원장 포함 위원 9명)는 출범 후 1년간 총 14차례(서면회의 3차례 포함) 회의를 열어 위원 참석수당으로 1억1,800만원을 지출했다. 매 회의마다 참석한 민간위원에게 1인당 200만원의 수당이 지급됐다. 특히 미국에 거주하는 한 민간위원에게는 6차례 회의 참석에 4,521만원의 비용이 지급됐다.
직원들은 올 1월말 ‘성과 없는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재정경제부 출신 감사는 출범 6개월 만에 6,863만원의 성과급을 챙겼고, 부장이하 사원들도 2,000만~1,000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KIC 측은 “성과가 전무한 상태라서 설립위원회가 만든 가이드라인에 따라 업적평가로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출범 1년4개월간 투자실적 전혀 없이 허송세월을 하다 올 11월에야 겨우 첫 투자에 나서는데도 올해 51명 임직원 인건비(성과급 포함)는 임원 평균 7억7,000만원, 직원 평균 7,300만원에 달한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KIC 구안옹 투자운용본부장(CIO) 영입 문제점을 파고들었다. 우선 ‘성과급은 기본급의 100%를 넘지 못한다’는 KIC 규정을 위반해 기본급 30만 달러, 성과급 100만 달러, 부가혜택 27만 달러 등 총 160만 달러에 달하는 연봉을 체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심 의원은 “구안옹의 경력이 한국투자공사법이 정한 자격 규정인 ‘10년 이상 투자업무 종사’ 규정에 못 미친다”며 무자격론도 폈다. 이에 대해 KIC 측은 “CIO의 연봉을 공개할 순 없지만 심 의원 주장보다 적으며, 리서치 업무 경력도 광의의 투자업무이기 때문에 무자격 주장 역시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KIC가 실적도 없이 성급하게 ‘신이 내린 직장’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며 “스스로 존립가치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간판을 내리고 외화자산 운용을 다시 한은에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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