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9세 아들에게 포경수술을 강요할 수 있는 것일까. 포경수술의 이득이 의학적으로 확실치 않기 때문에 부모 마음대로 포경수술을 시킬 수 없다는 결정이 미국 법원에서 나왔다.
미국 시카고 쿡카운티법원은 9세 아들에게 포경수술을 시키려는 어머니와 이에 반대하는 아버지가 벌인 소송에서 아버지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24일 시카고 트리뷴이 보도했다.
시카고 교외 노스브룩에 사는 이 소년의 어머니와 새아버지는 계속 재발하는 발진을 막기 위해 소년에게 포경수술을 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소년의 친아버지는 “불필요한 절단”이라며 수술 금지명령 신청을 법원에 냈다. 소년의 부모는 이혼한 뒤 어머니가 양육권을 갖고 있으나 2003년 친아버지도 응급상황이 아닌 의학적 결정에 발언권을 갖기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쿡카운티법원 조던 캐플란 판사는 “전문가들이 제시한 의학적 증거로 볼 때 포경수술이 이득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소년이 스스로 수술 여부를 결정할 18세까지 수술을 금지하라고 결정했다. 캐플란 판사는 “당사자가 미성년자여서 스스로 의학적 결정을 내릴 입장은 아니지만 수술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혔고, 포경수술로 인한 상해를 돌이킬 수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또 캐플란 판사는 “친아버지가 아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와 새아버지가 소년을 유대교로 개종시키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는 어머니 측의 주장을 이유 없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미국 내 포경수술 반대론자들은 이번 결정을 ‘의미 있는 승리’로 보고 있다. 20세기에는 미국에서 신생아들에게 태어난 후 곧 포경수술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 포경수술 반대 움직임이 대두되면서 1970년 90%에 달했던 포경수술 비율이 현재는 55%로 떨어졌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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