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ㆍ7 미국 중간선거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오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다급해졌다. 공화당이 하원 지배권을 민주당에 내주게 될 것이 보다 확실해지는 상황에서 상원마저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 수행과 관련된 자신의 강력한 리더십과 신념을 부각시키기 위해 즐겨 사용하던 ‘stay the course(노선 고수, 경주 완주)’라는 표현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라크전 상황이 악화하면서 더 이상 이 표현이 미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실패를 호도하려는 고집스러움으로 비치기 시작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23일 부시 대통령이 부정적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stay the course’라는 말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공개하기까지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두고 부시 대통령이 ‘stay the course’라는 표현으로부터 ‘cut and run(황급히 달아나다)’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화당은 이제까지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민주당을 ‘cut and run’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24일 지원 유세 및 정치자금 모금을 위해 플로리다주를 방문한 부시 대통령은 “공화당 지지자들이 반드시 투표를 해야 한다”며 투표율 제고를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는 지지도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공화당이 막판 뒤집기를 하려면 지지자들의 투표율을 끌어 올려 민주당의 ‘방심을 틈탄 허’를 찌르는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심경이 담겨 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지지율 급락의 원인이 이라크전에 있다고 보고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라크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한 달 동안 93명의 미군이 목숨을 잃은 데 대해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이라크전에서 미국은 승리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딕 체니 부통령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인인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2008년 대통령에 당선될 수도 있다며 공화당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체니 부통령은 24일 폭스TV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거의 모든 이슈에서 그녀와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그녀가 승리하길 바라지 않지만 그녀는 당선될 수 있다”면서 “힐러리 의원은 아주 강력한 후보이며 아무도 그녀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간선거 패배가 대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한편 공화당이 판세 역전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 막판 경합지역에서 막대한 자금을 동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이번 중간선거에 투입될 선거비용은 29억달러로 역대 최고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선거비용 추적 단체인 정치반응센터(CRP)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후보 당 선거비용이 지난 2002년 선거 때보다 18% 증가할 것이라고 밝혀 역대 ‘가장 비싼 선거’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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