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교사 A씨는 매월 말일이 고역이다. 회사가 매월 할당한 회원 수를 채우지 못하면 목표치에 모자란 만큼의 회비를 대신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는 A씨의 월급을 깎는 등 벌칙을 준다.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B씨는 4개월 전 일하다가 골프공에 머리를 맞아 심하게 다쳤다. 치료비는 고스란히 B씨의 몫이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캐디는 산업재해보험 적용이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A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월말마다 회비를 대신 내지 않아도 되고 B씨는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가 25일 캐디 학습지교사 보험설계사 레미콘기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보호대책을 시행키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고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바람에 노동관계법상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노동계의 오랜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내년부터 업무상 재해를 입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산재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어 치료비는 물론, 요양비나 휴업급여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업무상 재해를 당하면 본인이 가입한 상해나 자동차보험 등으로 처리했다. 산재보험료는 직종에 따라 사업주가 절반에서 전액을 낸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쓰는 업주는 공정거래법의 규제를 받는다. 불법적인 상품 판매를 강요 받은 보험설계사, 고객 분실물에 대한 책임을 부당하게 전가 받았던 캐디, 부당한 장기어음을 받고도 아무 말 못했던 레미콘기사들은 사업주를 공정거래 위반으로 제소할 수 있게 됐다.
제소가 타당하면 정부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어긴 사업주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정부는 불공정 계약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직종별 사업자단체가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보급하도록 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외형적으론 근로자처럼 일하지만 계약상으로는 개별사업자인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캐디 레미콘기사 덤프차기사 대리운전자 등을 말한다. 사업자이므로 노동법의 적용을 못 받고 노조결성권 등 노동3권도 없다. 전국적으로 91만명이 있으며 근로자성 인정 여부가 최대 쟁점이다. 이번 대책에서도 근로자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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