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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우림 여섯번째 앨범 "이번엔 잿빛 곡들로 채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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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우림 여섯번째 앨범 "이번엔 잿빛 곡들로 채웠죠"

입력
2006.10.25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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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제목부터 심상찮다. 라니. ‘재는 재로’라는 의미를 가진 이 말은 자우림의 여섯 번째 앨범의 분위기를 명징하게 드러낸다. 자우림을 <매직 카펫 라이드> <하하하쏭> 등 콜라처럼 톡 쏘는 노래를 부른 밴드로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번 앨범은 일종의 ‘배반’이다.

“일부러 어두운 이미지로 앨범을 만든 것은 아닌데…. 아마 5집 때 에너지 넘치는 음악을 보여드려서 그런 것 같아요.”(김윤아ㆍ보컬)

“저희 노래를 ‘어둡다, 밝다’는 식으로 평가하는게 아쉬울 뿐이죠.”(구태훈ㆍ드럼)

“멤버들이 각자 만들고 나서 서로에게 들려주었는데 공교롭게도 비슷한 분위기의 곡들이었어요.”(김진만ㆍ베이스)

사전에 약속한 것도 아닌데 4명 모두 검은색 의상을 입고 나타난 것처럼, 이번 앨범에서 그들의 음악은 의도와 무관하게 모두 우울한 정조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자우림은 이번 앨범이 허무하고 슬프면서도 너무 아름다운 삶을 노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연의 아픔을 노래한다는 것은 현재의 행복에 대한 역설 아닐까. 앨범 소개를 하는 그들의 얼굴에선 당최 그늘이란 찾아볼 수 없다.

“이번 앨범은 사회와의 소통을 다뤘어요. 사회 속에서 점점 표피화해가는 개인에 대한 느낌을 노래한 것이죠.”(김진만)

“동시대 도시에서 살고 있는 젊은이들을 대변한 노래입니다. 개인적으로 아등바등 살아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저희들이 일상에서 느낀 바를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죠.”(이선규ㆍ기타)

자우림이 머릿곡으로 고른 노래는 . 이 결정에 멤버들의 이견은 없었다고 한다. ‘어디까지가 사랑인건지/ 언제부터 난 혼자였는지/ 사랑했는지 미워했는지 습관이었는지’라는 가사가 한번만 들어도 귓가에 감길 정도로 쉬우면서도 세련된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이다.

“사람들은 ‘사랑 노래는 진부하다’는 아주 진부한 얘기를 하죠. 하지만 사랑만큼 우리의 인생에 양념이 돼줄 만한 이야기도 없잖아요.”(김윤아)

이 곡을 작사, 작곡한 김윤아는 이 노래가 구구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이란 감정의 미묘한 단면을 포착해 만든 곡이라고 했다.

이 밖에 이선규의 기타 사운드가 돋보이는 , 현대인의 외로움에 대한 위로를 건네는 <샤이닝> , 세상의 구원이 되는 모성애를 노래한 김윤아의 보컬이 두드러지는 등, 이번 앨범에 담긴 총 15곡들은 하나같이 허무와 상실을 노래하면서도 그 여백을 채울 만큼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1997년 영화 <꽃을 든 남자> 의 삽입곡 <헤이 헤이> 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자우림. 음악을 대중의 취향에 맞추려 하거나 음악에 과도한 메시지를 담아내려는 욕심 없이 10년을 보냈다는 자우림. 그들은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거란다.

“서른이 넘었다고 젊은이 취급을 하지 않는 우리나라는 너무 조로(早老)한 것 아닌가요.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은 결코 클럽에서 노래할 때와 변함 없는데 말이죠.”(김윤아)

“어떤 음악을 하겠다는 규정은 없어요. 대신 10년 동안 그랬듯이 앞으로도 저희 음악에서 발전과 성숙이 계속 드러날 수 있을 거라 자신할 수 있습니다.”(김진만)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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