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 많은 민간 및 국책연구소들이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고유가 지속, 환율 하락(원화 강세) 등 불리한 대외여건으로 내년 경제성장률은 올해 예상성장률 5%보다 크게 낮은 4% 초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북핵 변수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미지수다.
국내 금융시장은 북핵 충격에서 안정을 되찾았지만, 국제금융시장은 사정이 다르다. 국내 금융회사들과 기업들은 높은 금리 부담을 우려해 장기자금 조달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상태이다.
● 어둡기만 한 내년 경기전망
이같은 상황 때문인지 여권 내에서 경기부양론이 제기되고 있다. 내년은 대선이 있기 때문에 여권은 경기부양의 유혹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참여정부는 경기부양책은 쓰지 않겠다고 언명해 왔다.
과연 경기부양책이 없었는지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예산 조기집행, 추경예산 편성, 금리 인하, 일부 특소세 폐지, 한국형 뉴딜정책 구상 등은 경기부양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위적' 경기부양을 자제해온 것은 사실이다. 경기부양책을 '가정'하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카드로 재정지출 확대, 금리 인하, 부동산규제 완화 및 감세 등을 떠올릴 수 있다.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가장 유력한 경기부양책은 재정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국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성해야 하는데, 문제는 재정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채무는 내년에 3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재정투자는 민간투자를 밀어낼 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의 소비를 진작시키지 못한다. 최근 민간부문의 소비가 위축된 것은 소득도 문제지만 빚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2005년말 현재 개인의 금융부채는 602조원으로 처분가능소득의 1.36배에 달한다. 빚이 소비를 위축시킨 것이다. 빚은 주로 저소득층이 지게 된다. 그렇다고 부채 탕감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금리 인하도 마찬가지다. 금리를 인하한다고 기업의 투자가 증가할 것도 아니다. 투자 부진의 요인은 전혀 딴 데에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는 개인의 빚만 늘릴 것이다.
과잉유동성은 부동산 안정에는 독약이 아닐 수 없다. 감세와 부동산규제 완화는 부양책에서 사전적으로 배제될 것이다.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정체성'에 반하기 때문이다. 그 정체성은 역설적으로 정책수단 선택에 있어서 자승자박의 올가미가 될 수 있다.
● 안정이 불확실상에 대한 최선의 대안
경기부양책에 대한 미련을 접는 것이 좋다. 원인 대처 차원에서 볼 때, 북핵은 경제변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북핵은 국제관계 문제이기에, 북핵 문제에 대한 우리정부의 입장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섣부른 경기부양책을 사용하느니 안정적 경제운영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안정'은 '불확실성'에 대한 최선의 대안이 되기 때문이다. 해묵은 논제 같지만, 규제 완화에 따른 투자 활성화, 노사관계 안정화가 안정적 경제운영의 핵심인 것이다.
최근 경기순환주기가 빨라진 것도 정책 대응을 그만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다. 정부의 역할은 경제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가 잘 굴러가도록 울타리를 치는 것이다. 부족한 것은 정책기술이 아니라 정책철학의 '빈곤'인 것이다.
조동근ㆍ명지대 사회과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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