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추계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대로 우울하게 나왔다. 전분기 대비로는 0.9%로 2분기에 이어 1%를 밑돌았고, 작년 동기 대비로도 1년 만에 가장 낮은 4.6%에 그쳐 경기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더구나 교역조건 악화에 따른 무역손실액이 사상 최대인 19조원에 근접해 국민들의 체감소득은 2분기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도 최근 이 같은 결과를 감지하고 현재 경제상황을 '사실상 불황' 이라고 자인했다.
문제는 현상을 사후적ㆍ기계적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 대처하느냐는 것이다. 이 점에서 정부가 "경제는 괜찮은데 민생이 어려워서…" 등의 궤변을 접고 내년 상반기 성장률이 3%대로 떨어질 것에 대비한 '인위적' 경기처방을 강구키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방향이 맞아서가 아니라 정권코드에 집착해 시장 및 민생과 동떨어진 '나홀로' 경기판단을 고집하던 태도를 꺾는 유연성을 보여줘서다.
하지만 정부의 인식과 처방은 여전히 안이하고 편향돼 있다. 민간 부문의 투자와 소비를 발목 잡는 그릇된 규제와 위축된 심리를 통 크게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부문의 지출을 확대ㆍ조정하는 고답적ㆍ관료적 발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이다.
재정 조기집행, 공공부문 건설투자 확대 등은 일시적 땜질처방으로는 유효하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민간부문의 역할과 활력을 구축(驅逐)하는 부작용을 낳기 십상이다.
정부는 최근의 유가 하락과 건설경기ㆍ설비투자 회복세, 수출증가세 지속 등을 들어 우리 경제가 궤도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았고 내년엔 체감경기도 좋아질 것이라고 애써 낙관론을 편다. 그러나 정작 문제인 생산성 저하와 만성적인 저성장 구조의 고착화에 대한 고민은 찾기 힘든다.
연간 35만 개 정도의 일자리도 만들지 못하는 경제가 지속 가능할 수는 없다. 지금은 '꿩 잡는게 매'라는 실용주의 사고로 시장을 관리할 시기다. 북핵 리스크에 편승하고 대선일정도 감안하는 잔꾀를 부릴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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