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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씨네다이어리/ 스타 받들기 힘드네

입력
2006.10.25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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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의 재미 중 하나는 평소 ‘하늘의 별 따기’ 만큼 보기 힘든 스타들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타들이 대거 개막식의 레드 카펫을 밟는 모습은 영화제의 세를 과시할 뿐 아니라 영화제를 더할 나위 없는 관광상품으로 만든다. 이 때문에 세계 여러 영화제는 각종 편의를 제공하고 연줄을 동원하는 등 스타 모시기에 온 힘을 기울인다. 배우들에게도 영화제는 자신의 맵시를 뽐내고 팬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는 좋은 자리다.

20일 폐막한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공식 초청을 받아 부산을 방문한 배우는 150명. 역대 최다다. 10주년을 맞아 배우 초청에 유난히 공을 들인 지난해 80명보다 갑절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 동안 감독들이 좋아하는 영화제라는 꼬리표가 붙어 너무 엄숙해 보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샀던 부산영화제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성과다. 그러나 영화제 폐막 후 뒷맛은 개운치 않다. 방문 배우들이 늘어난 만큼 혼선도 많았다.

부산영화제는 공식 초청 배우들에게 왕복 항공권을 기본적으로 제공했다. 일부 배우에게는 호텔 숙박권을 줬다. 공식 행사장에는 영화제측 통역요원과 경호원이 따라 붙었다. 배우들은 영화제 차량도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모든 편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얼굴 붉힐 일들이 몇 차례 있었다. 한 유명 배우는 항공권 예약 과정에서 착오가 생겨 매니저와 다른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향해야 했다. 또 다른 배우는 호텔 체크아웃 시간이 통보된 것과 달라 작은 소동을 벌였다. 일반인과 함께 편히 섞일 수 없는 스타로서는 당혹스럽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 대형 매니지먼트사는 내년 부산영화제에 소속 배우들을 전원 불참시킬 것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배우 의전 과정에서 벌어진 여러 소동은 덩치 커진 부산영화제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부산영화제만 탓할 일은 아니다. 배우들의 ‘제멋대로 행동’도 고쳐져야 한다. 개막식에서 화려한 발걸음을 선보인 배우들이 개막작이 상영되자마자 썰물처럼 빠져나간 것은 대표적인 결례다. 축제를 축제답게 만드는 것은 주최측의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내년에는 배우들도 초청인사로서 예의를 지키면서 그에 걸맞는 대우를 요구했으면 좋겠다.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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