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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제재와 협력 사이 새로운 길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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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제재와 협력 사이 새로운 길 찾기

입력
2006.10.25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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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 북한 핵실험은 남북경협의 입장에서도 분명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강요한다. 하지만 새로운 국면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아직은 불명확하다. 상황 자체는 아직도 진행형이고, 앞길에는 안개만 자욱하다.

최소한 하나는 분명하다. 남북관계의 국제화 수준은 대폭 상승했다. 남북관계는 독립변수로서의 추동력을 크게 상실했다. 남북경협의 주체는 유엔 안보리로 바뀌었다. "그토록 자주와 주체를 부르짖던 북한이 결국 한반도에 외세를 끌어들인 것"이라는 정부 고위 당국자의 탄식은 정곡을 찌르고 있다.

● 외세와 대선에 휘둘릴 남북경협

긴 호흡으로 보았을 때 북한 및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 차원의 큰 그림도 다시 그려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논의 자체도 이제 스타트를 끊었을 뿐이다. 다만 지금은 발등에 떨어진 불만 생각하자.

안타까운 것은 시기적으로 한국의 대선 국면과 맞물린다는 사실이다. 남북관계 및 국제정치적 사안이 순수한 남북관계 및 국제정치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국내정치의 영역으로까지 내려오면서 양자가 뒤엉킬 가능성은 100%이다. 외세가 본격적으로 쳐들어오기 전에 내부의 사분오열로 자중지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불을 보듯 빤하다.

당분간 남북경협의 키워드는 활성화, 확대가 아니라 '관리(management)'가 되어야 할 것 같다. 북한에 대해서는 경제제재와 경제교류협력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여기서는 공격보다 방어가 우선이다. 특히 지금까지 이루어놓았던 것을 지켜내는 것, 굳이 따지면 잃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대 목표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의 자율성이 축소된 것은 사실이지만 전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선 미국에 대한 대응논리 개발의 중요성이다. 한국적 논리가 아니라 미국적 사고, 미국이 중시하는 보편적 가치에 설득의 중점을 두어야 한다. 어떠한 형태로든 미국에 대해 일정 수준의 성의를 보이는 것은 불가피하다.

금강산과 개성공단사업을 중단하라는 이야기는 물론 아니다. 포용정책을 계속 추진하더라도 새롭게 포장해야 한다. 사업 중단에도 여러 층위가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가 인위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민간의 불안감 증대 및 투자의욕 감소로 인해 이들 사업이 자연스럽게 속도 조절되고 있음을 적극 홍보하는 것도 긴요하다.

유엔 제재위원회의 활동은 태풍의 눈이다. 그런데 한국정부가 피하고 싶은 조치가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게 고민거리이다. 예상되는 공격에 대한 충분하고 철저한 대비만이 살 길이다.

● 정부ㆍ민간 역할 재조정해야

향후 중국의 행보는 정부의 대북경협정책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다. 유엔안보리 제재 국면에서 한국으로서는 중국이 매우 중요한, 행동의 준거로 작용한다.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잠시라도 눈을 떼서는 안 된다.

국내적으로는 민간에 대한 고려와 배려가 불가결하다. 민간의 불안을 해소해 주도록 다각도로 노력해야 한다. 민간마저 흔들린다면 남북경협의 토대가 무너져 내린다.

최소한 정부와 민간의 역할 재조정에 힘을 쏟아야 한다. 남북경협에서 민간에 대해 권한과 책임을 이양하는 자세와 태도이다. 경협에서 정부의 색채를 최소한으로 줄여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소극적으로는 미국의 공격을 피하면서 경협사업을 지켜나갈 수 있고, 적극적으로는 경협의 체질을 개선하면서 훗날의 힘찬 비상을 기약할 수 있다.

양문수ㆍ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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