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수요억제에서 공급확대 쪽으로 선회했다. 공급정책의 필요성을 부정해온 정부가 수도권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집값 급등세에 놀라 방향을 바꾼 것이다. 1 주일 내 신도시를 정해 공개하겠다는 성급한 발표는 정부가 얼마나 당황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기에 졸속이라는 비판을 하기가 민망할 정도다.
참여정부의 부동산대책은 시장과의 싸움에서 판판이 패했다. 부동산 투기만은 잡겠다며 초강경 대책을 3차례나 쏟아냈지만 집값 상승률은 역대 정권 최고 수준이고,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최근의 수도권 집값 상승세도 결과적으로는 판교 신도시의 고분양이 불을 지폈다. 그런데도 주무 장관이 반성은커녕 "지금 집을 사면 손해를 보니 기다려라"라고 국민을 나무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적반하장 격이다. 참여정부 부동산정책이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는 진짜 이유가 바로 이런 오만함과 독선적 태도이다.
시장의 수급원리를 무시하고 수요억제에만 매달리는 반쪽 정책을 버리고 공급확대를 병행하기로 한 결정은 분명 올바른 선택이다. 그러나 아무리 분당만한 매머드급이라 하더라도 신도시가 집값을 잡는 만병통치약이라고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4~5년 후에나 들어설 수도권 신도시가 당장 서울의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판교의 사례가 보여주듯 신도시 건설이 부동산가격 상승과 투기바람을 촉발하는 부작용도 상당하다. 집값을 잡는데 급급해 충분한 검토 없이 신도시를 건설할 경우 도시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괴물이 탄생할 위험성도 있다.
다세대, 다가구 건축기준 완화방안 역시 서울지역 주택공급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비좁은 주택가에 주차장도 없는 건물이 난립하는 난개발을 초래할 수 있다.
부동산정책은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시장의 흐름과 수요에 맞추어 적절한 대책을 적시에 내놓아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기존 대책을 성역처럼 고수하는 경직된 자세로는 또 다른 실패가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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