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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내부고발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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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칼럼] 내부고발 죽이기

입력
2006.10.24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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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의 내부 비리를 고발했다가 파면당하고 이후 10년간 법정투쟁을 벌이며 '지옥'과 같은 생활을 해온 현준희씨는 최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절대 내부고발은 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2003년 우리신용정보 직원으로 내부고발을 했던 김승민씨는 회사에서 쫓겨난 건 물론이고 법정투쟁 비용을 대느라 수천만원의 빚까지 졌다. 김씨는 "만약 누가 내부고발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면 절대 하지 말라고 말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 노 정권 들어 내부고발 건수 급감

2005년 한국행정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패 신고를 한 공무원들 중 43.3%가 신고한 것을 후회했으며 50%가 부패행위를 보고 고민하는 사람이 있으면 신고하지 말라고 권하겠다고 응답했다. 66.7%는 신고 후 징계와 인사조치 등 유ㆍ무형의 보복을 받았다고 답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엽기적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내부고발자를 철저하게 보호해주고 내부고발을 장려하기만 하면 공직사회 비리의 90%는 차단할 수 있다는데, 왜 우리 사회는 말로는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면서 내부고발자를 보호해주기는커녕 탄압하는 걸까?

우리는 진심으로 부정부패 없는 사회를 원하는 걸까? 아니면 나의 부정부패는 '세상 사는 인정'이므로 남의 부정부패만 척결되어야 한다는 걸까?

노무현 정권 들어 내부고발 건수가 급감했다. 그만큼 공직사회가 깨끗해진 탓일까? 아니다. 내부고발자들이 가혹하게 보복받는 걸 본 학습효과 때문이다. 게다가 노 정권은 내부고발자 보호는커녕 탄압의 가해자 편에 서 있다. 그런데 왜 노 정권은 개혁을 외치는가? 바로 여기에 '내부고발 정치학'의 수수께끼가 있다.

전 문화관광부장관 이창동씨는 장관 취임 2주만에 관료사회 문화를 '조폭문화'로 규정한 바 있지만, 관료사회만 그런 건 아니다. 한국사회의 모든 분야가 '조폭문화'의 지배를 받고 있다.

예컨대, 대학교수들의 총장ㆍ학장ㆍ학회장 선거는 '학연 조폭문화'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학연에 의해 결정된다. 최근 서울대가 공개한 '서울대학교 제24대 총장 선거에 관한 보고서'는 총장 선거 수준이 정치판 선거 수준보다 나을 게 없다는 걸 잘 보여주었다.

그래도 서울대는 그런 보고서를 낼 정도로 대학들 중에선 괜찮은 편인데도 그 지경이니, 대학교수들의 정치 비판이 무슨 설득력을 갖겠는가.

개혁이 어렵거나 안 되는 이유도 그것이 '조폭식 개혁'이기 때문이다. 개혁주체세력의 출세ㆍ승리ㆍ패권을 전제로 한 개혁이라는 뜻이다.

개혁을 하기 위해선 그들의 출세ㆍ승리ㆍ패권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건데, 이 전제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투쟁을 하느라 개혁은 신기루가 되고 만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내부고발은 금기가 된다. 내부고발이 개혁에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개혁 이전에 개혁주체세력의 출세ㆍ승리ㆍ패권 실현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 조폭식 개혁'이 내부비판 막아

대중은 이런 현실의 피해자인가? 그렇진 않다. 공모 관계에 있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스스로 개혁성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참여대중이 그간 열성적 지지를 보낸 대상이 누구였던가를 상기해보라.

이들은 출세ㆍ승리ㆍ패권을 지향하는 개혁주의자를 사랑하지만 이들이 더 매료되는 건 개혁이라기보다는 출세ㆍ승리ㆍ패권이다. 그렇지 않다면, 내부고발자에 대한 이들의 무관심과 냉대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지금 우리는 '내부고발을 죽이는 개혁'을 추구하고 있다. 그래서 편을 갈라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그 편싸움을 개혁을 위한 투쟁으로 착각하고 있다. 내부고발ㆍ내부비판은 당연히 이적(利敵) 행위가 된다. 우리편에 타격을 주는 건 물론이고 기존 편싸움 구도를 만드는 데에 큰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기존 개혁 패러다임에 대한 왕성한 내부고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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