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1만4,500명 개인정보 '줄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유출되고 있다. 공단은 2001년 의료보험정보 전산화시스템을 만든 뒤 병원과 약국 등 6만8,000여 곳에 공단 사이트로 접속해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ID와 비밀번호를 줬다. 그러나 관리와 감독은 없었다.

경기 일산의 M정형외과 간호조무사 이모(25ㆍ여)씨는 2004년 10월 H신용정보에서 채권 추심원으로 일하는 남자친구 최모(28)씨에게 공단 접속용 ID와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최씨는 이를 이용해 8,659회에 걸쳐 채무자의 개인정보를 얻은 뒤 채권 추심에 사용했다.

L카드 등 유명 카드회사와 H캐피탈 등 법인 19곳도 병원과 약국 등지에서 입수한 ID 등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빼냈다. 올 1~6월 경찰이 확인한 개인정보 유출만 1만4,500여명에 27만9,325건이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24일 신용평가사(11곳)와 카드사(2곳), 대부업체(6곳) 등 법인 19개와 이들 업체 임직원 32명, 간호조무사 이씨 등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단의 의료보험 정보가 관행처럼 채권추심 등에 이용되고 있는 만큼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