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은 학생부가 분주해지는 날이다…”로 시작하는, 저 사진에 대한 엄상빈(53)씨의 글은 굳이 읽지 않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사진 속 ‘아이’의 멍든 눈두덩이와 규범을 조롱하듯 길러 늘어뜨린 머리카락의 끄트머리가, 왠 참견이냐는 듯 카메라 렌즈를 향해 치뜬 시선과 도발적인 눈빛이 이미 저 ‘아이’의 주말 사정을 넉넉히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엄상빈씨는 전직(前職)이 교사다. ‘전직’이라 했지만, 그는 20대 중반이던 1980년 교직을 택한 이후 IMF 당시 교원 명예퇴직 바람이 거세던 2000년까지 꼬박 20년을 교사로 지냈다. 그의 새 사진집 <학교 이야기> 는 교직생활 20년 동안 틈틈이 찍은, 교실과 학생 풍경을 모은 책이다. 그래서 그에게는 손목이며 팔뚝이 ‘담배빵’으로 엉망인 녀석들도, 전신을 뜻 모를 문신으로 휘갑한 녀석들도, 학생이나 청소년이라는 공적인 호칭보다 ‘아이들’이 자연스럽다. 학교>
책에는 신학기 아이들의 얼굴 사진이 빼곡히 붙은 담임교사의 교무수첩, 대물린 낙서와 칼자국으로 어지러운 책상과 책상을 안고 낮잠 자는 아이들, 반성문, 출결표, 체벌 장면과 부어오른 허벅지, 교련수업 풍경 등 60여 컷의 흑백 사진이 그의 단정한 글과 함께 실려있다. 교정 귀퉁이에 모여 비닐을 뒤집어쓰고 앉은 화생방훈련 장면 앞에 그는 이런 글을 써두고 있다. “우리 아이들의 목숨을 비닐 한 장 뒤집어쓰는 것으로 지켜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서글프고 안타깝기만 했다.”
그는 자신의 이 사진집이 지난 시절 우리 아이들이 겪은 교육 현실의 어두운 면만을 지나치게 부각한 것 같아 께름칙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전하고자 한 것은 그 어두운 순간들을 렌즈 뒤에 숨어서 응시하던 작가 자신의 마음은 아니었을까. 그는 “우리 모두가 깊은 관심으로 뜻을 모으고 노력해, 하루 빨리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썼다.
예술을 통한 시민운동에도 열성인 그는 최근 환경 사진집 <생명의 소리> 등을 펴내기도 했다. 생명의>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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