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악의 회계부정사건으로 몰락한 엔론의 전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스킬링(52)이 법의 심판을 받았다.
미 휴스턴 지방법원은 23일 스킬링에게 24년4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는 최고 20년형이 선고될 것이라는 예상을 뛰어넘은 것이며, 그동안 재판에 회부된 엔론 전직 임원에게 선고된 형량 중 가장 무겁다. 스킬링은 실형이 선고될 경우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심 레이크 판사는 감호소에서 10년을 지내게 해달라는 스킬링측 변호인단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노스캐롤라이나주 버트너 형무소에 스킬링을 수감토록 했다. 레이크 판사는 또 스킬링에게 엔론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액으로 4,500만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6,000만달러에 이르는 그의 재산은 피해자 보상액 및 벌금 등으로 모두 몰수된다.
스킬링은 그러나 이날 시종일관 자신은 무고함을 주장했으며, 중형 선고 뒤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재판 내내 오만하고 호전적인 자세로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아 피해자들을 분노케 했다.
앞서 올 5월 스킬링은 창업자인 케네스 레이와 사기, 내부자 거래, 허위진술 등 28개 항목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이날 재판에서는 내부자 거래와 관련된 9개 항목은 형이 면제됐다. 케네스 레이는 6월 사망해 유죄판결 자체가 무효화됐다.
1990년 엔론 영업이사로 영입된 스킬링은 2000년까지 엔론을 연 매출액 증가율이 300%에 이르는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키웠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성장주’로 각광받던 엔론의 영업실적이 사실은 분식회계로 엄청나게 부풀려진 것이라는 사실을 월스트리트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2001년 2월 CEO가 된 스킬링은 6개월 만에 갑자기 사표를 냈고, 이후 엔론은 분식회계가 발각된 뒤 12월 파산했다. 이에 따라 수천 명이 실직하고 600억 달러가 넘는 주식 가치와 종업원 연금 20억달러가 허공으로 사라졌다.
최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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