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 2개를 엇갈려 잡고 한바퀴 반 묶고 다른 빨대를 또 묶습니다. 꽉 묶였죠. 잡아당겨 보세요. 어, 풀렸네. 신기하죠.”
24일 한양대에서는 이색적인 취업박람회가 열렸다. 학생회관 앞에서는 학교에서 초빙한 젊은 마술사가 마술시범을 보였다. 한 동작 한 동작 따라 하던 학생들은 비밀을 알아낸 뒤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학생들이 마술을 배우는 이유는 면접 때 사용할 개인기를 익히기 위해서다. 김수민(26ㆍ경영학부 3년)씨는 “면접관의 주목을 끌려면 마술만한 게 없다”며 열심히 따라 배웠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학생들도 절박해 지고 있다. 면접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개인기’를 익히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저학년들도 취업 정보를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등 취업박람회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이날 행사장에서 가장 북적댄 곳은 ‘취업 사주관’이었다. 오전부터 수십 명의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길게는 1시간 이상 차례를 기다렸다. 부스 대부분을 차지한 기업 전시관이 썰렁해 보일 정도였다.
상담을 맡은 역술가는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각, 관상을 보고 사주책을 죽 훑어 보더니 취업시기와 진로, 취업운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자네는 목(木)이 부족해. 전기전자 보다는 레저나 유통회사를 알아 보게” “역마살이 있어. 연구직보다 기자나 정치인 등 돌아다니는 직업을 택하는 게 좋아. 내년에는 삼재(三災)가 끼어 취직 못할 수도 있으니 상심 말게”. 학생들은 대부분 “사주를 100% 믿는 건 아니지만 관상을 보는 사주와 면접이 일맥상통할 것 같아 면접 준비에 참고하러 왔다”고 말했다.
취업에 도움을 줄 만한 행사에는 저학년 학생들도 몰려 들었다. 입사 후에 받는 OJT(업무숙달 훈련)를 미리 체험할 수 있는 행사장도 붐볐다. 학생들은 5인1조 줄넘기, 봉잡기, 공 튀기기 게임을 하면서 ‘호흡 맞추기’에 안간힘을 썼다. 이모(25ㆍ영문학과 4년)씨는 “면접시험에서 준비된 인재라는 인상을 주고 싶다”며 땀을 뻘뻘 흘렸다.
면접과 입사서류 컨설팅도 유익했다는 반응이다. 자기소개서를 들고 간 한 학생은 “문장이 너무 기니 짧게 고치라”는 지도를 받았고 인터뷰 연습을 하러 간 한 학생은 “눈 각도가 너무 낮고 표정이 딱딱하다”는 주의에 고개를 끄덕였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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