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을지로2가의 고층빌딩 SK T-타워가 오가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유리로 덮인 건물이 위로 올라갈수록 얇아지면서 살짝 꺾여 마치 인사하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기도 하거니와, 안팎에 설치된 LED 전광판이 보여주는 미디어아트가 흥미롭다. ‘N+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프랑스 작가 부부 니콜과 노베르 코지노가 선보이고 있는 <강화된 허구> 시리즈다. 강화된>
이 시리즈는 춤과 영상과 사운드를 결합해 건물 안팎 공간에서 펼치는 가상 퍼포먼스 영상작업이다. 실제 무용수의 동작을 3차원 컴퓨터 캐릭터로 만들고 그들의 몸짓에 따라 자연이 함께 춤추는 서정적인 풍경을 3개 채널로 보여주고 있다.
건물 바깥, 2층 높이의 벽을 따라 긴 띠 모양으로 설치된 길이 53m 폭 1m의 전광판은 바람에 일렁이는 풀밭을 보여준다. 그 앞 길에 서 있는 6개의 기둥에는 스피커가 달려 있다. 짐승이 으르렁대는 소리, 천둥 소리, 물소리, 삐삐삐 울리는 기계음 소리들은 모두 작곡된 것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마주치는 대형 스크린에서는 붉은 나뭇잎 비가 내리고, 넓은 풀밭을 걷는 사람의 발길을 따라 풀이 누웠다 일어서며 일렁거린다. 또 다른 채널은 로비의 기둥과 천정을 따라 덩굴이 자라고 단풍잎이 흩날리고, 그 동선을 따라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춤추며 흐르는 무용수를 보여준다. 높이 9m의 사각 기둥과, 천정을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길이 40m 폭 2m의 전광판이 전시 공간이다. 이 영상들은 건물의 유리벽에 어른어른 비쳐서 더욱 멋지게 보인다.
초현실적인 그래픽과 환상적인 색채, 독특한 사운드가 어우러져 시적인 아름다움을 풍기는 이 가상 퍼포먼스는 <강화된 허구> 라는 제목에 걸맞게 상상력을 자극한다. 코지노 부부는 “하이테크 작업에 아날로그적이고 시적인 감성을 불어넣는 것이 우리의 주요 목표 중 하나”라고 말한다. 강화된>
코지노 부부는 안무가 출신으로 10년 간 무대작업을 하다 미디어 아티스트로 변신했다. 실제 무대에서 디지털 캔버스라는 가상 무대로 작업 공간을 옮긴 셈. 이들은 영상과 센서를 설치한 무대로 관객을 끌어들여 그들의 몸짓을 영상과 사운드로 변환한 가상 퍼포먼스 등 춤에다 영상과 음악과 조명을 결합한 멀티미디어 작업을 해왔다.
전시는 12월10일까지 한다. 11월10일까지는 가을 느낌의 1부를 선보이고, 11월 중순부터는 겨울 느낌의 2부 작품으로 바꾼다. 미디어아트 전문인 아트센터 나비가 기획했다. (02)2121-0919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